brunch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쏟는 건 즉각적인 만족감 때문

by 하상인

큰 꿈을 갖고 있다면 보편적으로 살지 말라는 정승재 강사의 영상을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필요한 일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영상에서는 큰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물을 만나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지 물어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영상을 보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적어보니 나는 불필요한 일을 더 하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필요한 일과 함께 불필요한 일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았는데 솔직히 쓰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의미 없는 영상 시청으로 시간 보내기, 한 번에 두 가지 일 하기 등 많았다. 이런 리스트를 쓰면서, '이런 시간조차 없으면 너무 타이트한 거 아니냐?'란 생각도 했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들로 보내는 시간이 그리 짧지 않았기에 타이트하다는 건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나의 하루는 마치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하루를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해야 할 일은 최소한의 시간만 들여 해낸 후 나머지 시간에는 하지 않아도 될 일로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선택해서 이런 일을 하면 좋겠다고 해놓고 지금은 그 일은 어떻게든 최소한으로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목표한 일이 있음에도 해내지 못하는 것에는 지금의 나처럼 해야 할 일에는 최소한의 시간만 쏟고 그렇지 못한 것에 많은 시간을 쏟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불필요한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건 아닐까란 의심도 들었다.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차이가 있었다. 불필요한 일을 하면서는 해야 할 것들의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즉각적인 만족감이 있었다. 예를 들면 웃긴 영상을 통해 웃고 지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웃긴 영상을 못 본다고 하여 특별히 불행할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즉각적인 만족감을 행복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혹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자신의 하루를 세세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자기혐오가 생길 정도로 이상한 곳에 시간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왜 괜찮은 척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