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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책 읽기의 가치를 부정했던 시간

영상과 사진은 절대 책을 대체할 수 없다.

by 하상인

얼마 전 친구와 우연히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당시 내가 언어 영역에서 낮은 성적을 받았던 일도 이야기했다. 그러자 친구는 굉장히 의외라며 신기하게 받아들였다. 아마 추측하건대 지금은 책도 많이 읽고 글도 계속 쓰고 있으니 언어 영역에서 좋은 성적까진 아니어도 낮은 점수를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제대로 읽은 책이 거의 없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도 몰랐고, 굳이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대학교에 입학한 후 세상은 넓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떤 책이든 관계없이 습관이 들 때까지 꾸준히 읽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지금도 독서하는 습관을 유지하게 됐다.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유지하는 건, 독서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부끄럽게도 브런치를 통해 발행하진 않았지만, '독서'는 예전만큼 가치가 있진 않다는 주제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당시의 나는 '독서'가 무슨 인생의 만능키처럼 주장하는 게 싫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성공하고 싶습니까? 독서하세요.'

'부자가 되고 싶습니까? 독서하세요.'


독서는 성공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긴 했어도 과거와 달리 요즘은 책이 아닌 영상을 통해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 독서를 하면 성공하거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책이나 영상이 상업적이라 느껴 솔직히 보기 싫었다. 나중에는 반감도 생겼다. 독서를 하지 않고 성공한 사람도 있을 것인데, 가장 쉽고 만만한 '독서'를 책을 팔기 위해 이용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대신 유튜브를 봤고 인스타그램으로 자기 계발 사진이나 영상을 봤다. 처음엔 충분히 책을 읽는 것처럼 유용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영상이나 사진을 보는 시간은 긴데 행동으로 옮기는 건 없었다.


행동하고자 하는 동기가 전혀 생기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행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콘텐츠들은 처음엔 내가 찾아서 시청하지만, 나중엔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보여주니 절박하게 얻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청하고 나면, 재미를 위한 영상들을 봤고 점점 그 시간은 늘어났다.


영상과 사진이 충분히 책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적극적인 상호작용도 없이 주는 것만 보고 있으니 머리에 남는 게 없었고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았으며 더 나아가 무의미한 콘텐츠나 보며 시간 낭비만 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정보만 얻는 게 아니었다.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게 되고, 책을 끝까지 읽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유튜브 시청에 비해선 많은 시간을 요구하므로 이 과정에서 나름대로 책과의 상호작용을 하며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혹은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의 문제가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이는 내가 볼 때 명확히 수동적으로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유튜브 등 시청으론 얻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결국 다시 책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앞으로 세상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하는데, 책을 읽는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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