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나는 지금까지 9권의 책을 썼다. 그리고 브런치에도 계속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써온 기간에 비해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 그래도 계속 쓴다. 이유는 쓰는 과정에서 생각도 정리되고 나중에 내가 쓴 글을 보며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글은 일종의 나를 위한 조언 모음 같은 것이다.
잘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계속 쓸 수 있었던 건, 내가 글의 완성도에 대해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쓰는 방식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나의 의지력이 그만큼 강하지 않다. 무엇보다 완성도를 위해 반복적으로 글을 고치고 다시 쓰는 과정은 나에게 큰 부담처럼 다가온다. 내가 나를 위해 조언을 남기는 것인데, 부담으로 글 자체를 남기지 못하는 것보다는 완성도가 조금 부족한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책으로 내는 경우가 아니면, 내가 글을 쓸 때 완성도는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그리고 완성도에 대해서도 조금은 의문을 갖고 있는 편이다. 글은 읽는 사람에 따라 좋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을 갖기 어려운데 그것을 맞추고자 노력한다는 게 조금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대회의 작품 심사를 하듯 기준을 갖고 읽는 게 아니라면 온라인에 쓰는 글은 언제든 쉽게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에 읽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책 <일류로 만드는 운의 공식 : '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15가지 공식>의 다음과 같은 내용은 이런 방식에 조금 더 힘을 보탤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일본의 유명한 현대 미술가인 '오카모토 타로'가 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왜 그리는가? 그리지 않으면 세상이 너무 따분해서 그린다.
무엇이든 좋으니까 일단 해봐라. 그게 전부다.
잘 만들 필요는 없다. 잘 만들어진 작품은 전혀 재미있지 않다.
상관없으니까 형편없더라도 해라.
내가 친 공이 어디로 갈지는 신경 쓰지 마라.
시원하게 날려버리면 기분이 좋다."
무엇이든 해보는 것이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설명하는 내용이다. 비록 내가 미술가는 아니지만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완성도' 만큼 신경 쓰이는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그는 오히려 잘 만들어진 작품은 전혀 재미있지 않다고 하며 이미 친 공은 어디로 갈지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완성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완성도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은 나머지 시도 자체를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무엇이든 완성도 있게 잘 해낸다면 좋다. 하지만 완성도에 너무 많은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카모토 타로의 말처럼 일단 공을 치고 그 공이 어디로 갈진 신경 쓰지 말자. 대신 부담을 덜고 꾸준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