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의 가치에 대하여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국가가 공인한 자격이 있거나, 누구나 말하면 직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만한 전통적인 직업군이 아니면 어딘지 모르게 '사기' 같다는 의심이 피어올랐다.
최근 읽기 시작한 책의 저자 '감사 연구가' 다시로 마사타카도 그랬다. 기업에 감사 컨설팅을 하고 강연을 한다는 그는 뇌과학자도, 정신과 의사도 아니었다. 내 기준에서 '감사의 유용성'을 학술적으로 증명하거나 치료할 전문 자격이 없는 사람이 스스로를 '연구가'라 칭하는 건 일종의 말장난처럼 느껴졌다.
내가 행정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인지, 다시로 마사타카의 직업처럼 생소하며 어딘가 근거가 없다고 느끼면 이상하게 거부감이 심하게 들었다. 그래서일까. 책 자체는 괜찮다고 느꼈지만 저자의 생소한 타이틀 때문인지 스스로 검열을 심하게 했다.
하지만 그의 일은 시장이 존재하고 강연도 1년에 100회 이상 하는 사람이므로 나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만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거듭하며 나는 내가 놓치고 있던 지점을 발견했다. 바로 '가공의 가치'였다.
만약 이런 사람들을 모두 말장난으로 돈을 버는 사기꾼이라 치부한다면, 그들이 편집하고 해석하여 체계를 만든 그 방대한 지식의 기반은 어떻게 대중에게 닿을 수 있을까?
농산물을 예로 들어보자. 밭에서 갓 수확한 농산물이 식탁 위 맛있는 요리가 되기까지는 유통과 가공이라는 필수적인 단계가 존재한다. 생산자만이 유의미하다고 주장한다면, 원재료를 먹기 좋게 다듬고 유통하는 사람들의 노고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다시로 마사타카 같은 이들은 '지식의 유통업자'에 가깝다. 상아탑 속에 갇혀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복잡한 논문과 데이터(원재료)를 가져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일상에서 써먹을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낸 것이다.
그동안 나는 생산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생소한 타이틀을 가진 이들의 가공의 과정을 저평가했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어려운 지식을 삶의 언어로 번역해 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흩어진 정보를 엮어 새로운 맥락을 만들고, 그것을 소비 가능한 형태로 구조화하는 것 역시 고도의 전문성이자 노동임을 이제야 인정하게 된 것이다.
국가공인 자격증이나 권위가 주는 안정감도 중요하지만, 그 너머에서 지식을 가공하고 유통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이들의 역할 또한 분명 존재하고 있던 것이다. 어떤 지식도 기존 연구나 데이터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고, 법률 또한 판결과 재결례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인데 나는 해석과 가공의 가치는 인정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게 됐다.
세상엔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식을 유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 역시 내가 가진 전문지식을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로 가공하며 나의 역할을 해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