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과 러닝머신 위를 뛰는 것은 닮은 점이 많다.

'많은 생각으로 잠 못 이룰 때'의 기록

by 하상인

어디까지 달려야 하는지, 어떤 속도로 달릴 것인지, 어떤 자세로 달릴 것인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달리지가 모두 자신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편의상 달린다는 말로 공통점을 찾았지만 산다는 것이나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것이나 모두 뛰지 않고 천천히 걸어도 상관없다.


이뿐만 아니다. 사는 중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고도 비슷하다. 러닝머신도 이상 작동이 발생할 수도 있고 정전으로 멈출 수도 있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옆사람의 존재 등으로 영향받는 것도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해서 3년째 취미로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생활스포츠 지도사 2급 자격증도 취득했고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스포츠 멘탈 코칭 과정도 수료했다. 그만큼 좋아하는 취미라 오늘도 했다. 평소와 다른 점은 새벽 4시에 했다는 점과 40분 동안 열심히 걷기만 했다는 점이다.


평소 새벽 4시에 일어나지도, 웨이트 트레이닝 없이 40분 동안 걷기만 하지 않는 내가 오늘 이렇게 다른 행동을 한 건 '그냥'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힘든 일 하나씩은 있고 보는 이에 따라 '뭐야, 힘들지도 않은 일로 힘들어하네.'라고 생각될 수도 있기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답답하기도 하고 이번 일처럼 나를 무너뜨리는 듯한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굉장히 피곤했음에도 새벽 4시 정도가 되니 저절로 눈이 떠졌다. 그렇게 너무 답답한 마음에 고민 해결이라도 되라는 생각으로 올라선 러닝머신 위에서 40분 동안 열심히 걷다 뛰다를 반복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나아가는 것 같지만 답을 내리지 못하는 건 똑같구나."


산다는 것도, 러닝머신 위를 뛰는 것도 얼마나 뛸지, 어떤 속도로 뛸지, 어떤 자세로 뛸지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뛸지 모두 선택할 수 있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죽거나 러닝머신 위를 내려올 때까진 모두 선택이고 과정이다. 누군가는 과감히 선택하지만 나는 과정에 초점을 뒀기 때문인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답을 내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는 삶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내려놨다. 누구라도 그 선택한 것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장받을 수 없음을 알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만큼은 내 삶에 자신이 없다고 느꼈다. 나는 다 할 수 있다고, 자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모두 거짓이 된 것 같아 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웠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잘못된 의도를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부끄럽고 혼란스러웠다. 이런 기분으로 헬스장을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 걷고 달리며 온갖 생각을 다 했다. 한 번은 읽었던 책을 떠올렸고, 또 한 번은 들었던 강연을 떠올렸다.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읽거나 들었던 말들도 떠올렸다.


그렇게 나는 40분 동안 나는 온갖 생각을 했는데 정작 그 안에 내 생각이나 내가 정한 기준은 없었다. 그리고 러닝머신 위를 내려왔다. 혼란스럽고 내가 지금까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그냥 마음이 너무 무겁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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