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결혼식을 앞두고 나와 아내는 함께 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혼자 계속 지냈던 나였기 때문인지 연애 때부터 '우린 결혼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있었음에도 현실이 곧바로 와닿진 않았다. 게다가 아내에 비해 나는 소유하고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보금자리에 내 물건들도 옮겼음에도 여전히 낯설었다. 조금 부연 설명을 하자면 내가 갖고 있는 짐은 전부 다 해서 중형 승용차 1대에 담을 정도였다.
거의 짐이 없는 나와 달리 아내에겐 짐이 많았다. 그래서 함께 밤에도 짐을 정리하게 됐는데, 그중 검은색 천으로 포장된 네모난 상자가 보였다. 다른 물품들은 비닐 가방이나 캐리어에 담겨 있었는데 이 상자만 천으로 되어 있었고 나는 아내에게 이 안에 어떤 게 들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그 상자에 담긴 것을 이야기하는 대신, '보물상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내는 다른 짐들을 정리하고 나란히 앉아 상자를 열어보였다. 그 안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썼던 편지와 함께 사진 그리고 영수증 등이 담겨 있었다. 아내는 연애 때도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볼 때면 그 티켓을 항상 챙겨갔었는데 그게 알고 보니 우리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지금까지 '현재', '미래'를 중요시하며 과거는 생각도 잘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때에 만난 우리의 '과거'는 예상할 수 없던 만큼이나 큰 행복과 감동을 가져다줬다. 서로를 각별히 사랑해 결혼까지 했다가 각자의 갈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는 건 나처럼 한때 '우리'였던 과거를 잊고 현재와 미래에만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아내처럼 영화티켓을 모을 수는 없고 나는 내 방식대로 글로 이런 이야기들과 감정을 남기고 싶어졌다. 우리의 일상이 드라마나 영화처럼 매일 특별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돌아보면 현실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느라 아내와 함께 하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소중한 지금의 행복을 덜 잊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