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가족일기
제목은 신혼일기지만 오늘은 '가족일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결혼 후 언제까지가 신혼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서로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가족이 된다는 점에서 시간에 따라 소멸하는 신혼과 달리 가족은 영속적인 측면이 있다. 요즘은 아닌 경우도 많지만. 그런 나에게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아주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우리가 결혼할 때 친구뿐만 아니라 친구의 부모님께서도 와주셨을 만큼 가까운 사이다.
그런데 최근 친구의 아버지께서 늦은 밤 갑자기 쓰러지셔서 수술까지 받는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원인은 심근경색으로 인한 뇌출혈이었다. 친구는 말하기가 힘든지 전화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나 역시 친구에게 문자로 괜찮냐고 답을 보냈으나 시간이 지나도 답이 없어 결국 전화를 걸었다. 예상은 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친구 목소리가 떨리는 게 다 들려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들려온 이야기는 정말 심각했다.
친구와의 통화를 들은 아내는 나 못지않게 내 친구와 아버지를 걱정했다. 그리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앉아 있는 나 대신, 아내는 정말 고맙게도 친구에게 급히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곧바로 갈 수 있게 짐을 챙겨놓고 있었다. 일단 친구도 수술 결과를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여 우리는 기다렸다.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 급히 가야 할 연락이 없길 바랐다.
아침이 되어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수술은 잘 끝났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계신 상황이라고 했다. 친구는 우리에게 위험한 시간은 지나갔지만 앞으로 좋은 상황이 올 거란 확신은 하기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그 후 친구는 지방에 혼자 계신 어머니를 위해 서울에서의 생활을 사실상 정리해야 했다. 그런 친구에게 맛있는 것이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에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하여 식사를 하게 됐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나는 친구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힘든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전해졌다.
현재도 매일 연락을 하며 근황을 전하지만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나는 친구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해줄 뿐이다. 가족이 아프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 구석이 시려올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다들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