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때와는 어딘가 다른 기념일
얼마 전 우리 부부가 만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결혼 후 처음 맞는 기념일이고, 1년 전 연애할 당시엔 여행을 갔었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걸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우리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아내는 저녁이라도 운치 있는 곳에서 파스타를 먹자며 예약을 했지만 하필 비가 엄청나게 내려 운치고 뭐고 취소해야 할 상황이었다. 날씨로 인해 예약은 취소하자는 것에 서로 이견은 없었지만, 아내의 마음을 달래줘야 할 것 같아 점심에 직접 파스타를 만들기로 했다.
미리 여러 재료를 사뒀으면 좋았을 것인데, 전날에도 가족 일정이 있던 우리였기에 그럴 여력은 없었다. 대신 비엔나소시지가 몇 개 있는 걸 보고 나는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했다. 썩 솜씨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금방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이탈리아로 신혼여행도 다녀왔으며, 이후엔 일본 오사카에 다녀왔던 일도 있어 추억도 떠올릴 겸 일본에서 시작된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게다가 맛은 둘째로 치더라도 아내가 나폴리탄 스파게티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며 재밌어하여 식당은 가지 않았지만 그대로 괜찮은 기분을 냈다. 그렇게 우리는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거나 데이트를 나갈 것 같았지만, 우리는 데이트 대신 갑자기 집안 대청소(?)를 했다.
사건의 발단은 새로 구입한 휴지통 냄새 때문이었다. 나와 아내는 집정리나 청소에 대해 성향이 아주 비슷한 편이라 눈에 보이거나 냄새가 나면 바로 치우는데 이날은 휴지통이 청소의 시작이 된 것이다. 내가 휴지통 내부를 세재로 청소하자, 아내는 웃으며 "대청소인가?"라며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고 그대로 우리는 집안 곳곳을 치웠다. 그 청소는 냉장고, 욕실 벽, 현관 입구까지 번지며 오후 내내 청소를 한 것이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청소였지만 2주년 기념일에 이렇게 한다는 게 웃기고 재밌었다.
우리는 청소를 마치고 바닥에 누워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만난 지 2주년 되는 날에 청소를 하다니!"(아내)
"그때였으면 조금 지저분 해도 일단 밖으로 나갔지."(나)
"이제 부부라 그런가 난 이렇게 같이 시간 보내는 것도 괜찮다고 봐."(아내)
이후 우리는 그래도 기념일 기분을 내고자 가까운 곳에서 케이크와 와인 그리고 모자를 사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념일을 보내는 모습은 달랐지만 행복함은 다르지 않은 우리가 부부로서 맞는 첫 기념일이었다. 앞으로도 일상에 추억할만한 에피소드가 쌓여 [신혼일기]에도 많이 기록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