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선명도가 다르네
군대에서부터 연이 되어 지금까지도 잘 지내는 동생이 있다. 이 동생은 영상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같이 식사를 하다가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이야기의 요점은 자신은 영상 편집 등 기술이 있는데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하는 일이나 지금까지 써온 글 등을 토대로 영상을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영상은 보기만 했지 단 한 번도 만들어 본 적도 없고 어떤 식으로 제작이 되는지 알지도 못했다. 한마디로 되게 편안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래도 나는 뭐든 하겠다고 하면 부족해도 시작하는 편이라 영상에 대해 잘 아는 동생의 안내를 받아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했다. 첫 시작은 기획이었다. 어떤 내용을, 얼마나, 어느 정도 깊이로 준비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썼다. 그리고 동생에게 보내줘 피드백도 받았다.
그리고 얼마 전 첫 영상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를 빌렸다. 나는 혼자 vlog를 찍어 올리는 사람들처럼 핸드폰 카메라 정도 놓고 찍는 걸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카메라 2대에 조명도 있고 뭔가 그럴싸해 보였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는 대본을 준비했고 동생은 어떻게 촬영이 되고 촬영한 영상은 어떻게 편집이 되므로 말을 이러저러하게 해 주면 좋다는 안내를 해줬다. 예를 들면 말이 꼬였을 때, 꼬인 단어를 다시 말하기보다는 꼬인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 문장을 다시 말하는 것 같은 일들이었다.
역시 동생이 영상 일을 하다 보니 다뤄야 할 게 많아 보였는데 금방 준비했고 나만 잘 말하면 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막상 말을 해보려니 상당히 어색했다. 그래도 과거 강연도 한 일이 있었고 오디오클립으로 혼자 5~6분 정도 대본을 읽어갔던 경험이 있어서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느낌이 달랐다. 아무도 없는 데 카메라를 보고 말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런 내 모습이 영상으로 담긴다는 것에 부담이 있었다. 게다가 실제로 영상을 찍어보니 준비한 대본이 수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게 긴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약간의 불안함과 어색함을 안고 2시간 동안 영상을 찍었다. 처음이니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말은 했지만 많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영상을 찍어본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누구에게라도 영상을 한 번쯤 찍어보는 걸 권하고 싶을 정도였다.
영상엔 당시의 어색함과 대본에 대한 불확실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색함에 나는 몸을 자꾸 움직이며 도망칠 수 없는 카메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 같았고, 손은 왜 그렇게 많이 움직이는지 손으로 비밀 메시지라도 보내는 것 같았다. 준비한 대본 내용 중 확신이 부족한 부분에서는 명확히 발음하지 못하는 것도 느껴졌다. 확실히 영상은 사진이나 글과는 달랐다.
사진이나 글도 우리 자신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선명도에서는 영상이 훨씬 우위에 있다고 느꼈다. 특히 나는 주로 글을 쓰면서 내 표현 방식이 읽는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면 종종 순화하여 표현하거나 고치는 편이라 이미 촬영된 부분을 바꿀 수 없는(사용하지 않을 순 있지만) 영상은 신선했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말을 할 때 영상처럼 부산하진 않은지 돌아볼 기회가 됐다.
이제 시작인 영상 촬영이지만 다음엔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