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일의 본질이 뭐죠?

당신의 업은 무엇인가

by 하상인

얼마 전 친구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다. 그리고 그때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했던 대화 중 흥미로운 소재가 있어 브런치를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술자리를 가졌던 친구들은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어떤 친구는 자녀를 양육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또 어떤 친구는 좋은 거주지를 마련해 이사하기도 했다. 아무리 돈이 최고라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반영된 이야기를 할 때면 대화를 듣고 있는 것 자체로 흥미롭고 배울 점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내게 큰 자극이 되었던 이야기는 '업'에 관한 대화였다.


평소 대인관계도 좋고 활발히 대외활동도 하며 자신의 사업을 잘 키워가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내게 "네가 하고 있는 업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갑자기 물었던 건 아니고 태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것이었다.(당시 여러 대화가 오가고 술도 평소보다 많이 마시는 바람에 전후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나는 행정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기에 행정사업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친구는 너나 내가 하는 일은 '서비스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업자등록증 상 업태를 보면 우리는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있고, 종목이 '행정사'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나는 일을 하며 한 번도 '서비스업'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일단 '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업태란? 사전적 의미로 영업이나 사업 실태를 말함(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그러면서 이 친구가 자신이 이 '서비스업'을 더 잘하기 위해 어디까지 해봤는지를 설명하는데 놀라웠다. 어느 정도 사업 규모도 있고 대외활동을 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자신을 낮추고 '업'의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그 부분을 두고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자문해 봤다.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해." 조금 더 적나라하게는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며 생각했을 것 같았다.


1년 365일 누군가의 일상을 옆에서 밀착 취재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행동하는지 타인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100% 이해할 수는 없다. 하물며 그 친구가 하는 수십, 수백 번의 서비스업 활동 중 일부만을 듣고 어떤 마음으로 일한다고 답을 내리는 것도 건방진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일화 자체로는 그 친구가 그 업의 본질에 충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업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그 일을 잘 해낼 거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에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사업을 잘 해낼 것 같았다.


이후 내가 하는 일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보니, 단순히 행정법률을 잘 알고 관련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면 된다고만 생각했던 나 자신이 조금은 아쉬웠다. 서비스업을 하는 입장에서 그 업의 수단으로 관련 행정법률이나 서식을 활용하는 것뿐인데 나는 우선순위를 행정법률과 서식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일의 본질은 서비스업이다. 그리고 서비스업은 사람들의 생활의 편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무형의 노무를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참조) 그렇다면 행정사인 내가 집중해야 할 일은 내가 가진 수단으로 어떻게 사람들의 편의와 삶의 질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했다.


어떤 일을 선택함에 있어 그 일의 업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는 것은 단순히 그 일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일의 내용은 결국 업의 본질을 벗어날 수 없고 이것이 맞지 않으면 일의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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