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취미란 서투른 자신을 견디는 것

서투르고 어설프고 어색하면 어때? 이걸로 밥 벌어먹고 살 것도 아닌걸

by hase

어릴 때 악기를 오래 배웠다. 딱히 전공할 생각도 아니었는데 그랬다. 지금도 취미로 간간히 악기를 하고 있는데, 레슨을 받은 지 아주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고 따로 연습할 시간도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뇌가 말랑했던 어릴 때 배운 덕분에 실력이 크게 퇴화하지 않고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왜 뭐든 어릴 때 배우는 게 좋은지 통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다니고 있는 요가원에 올해 1월부터 발레 수업이 생겼다. 요가를 시작하기 전 요가와 발레 중 어떤 운동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발레학원보다는 요가원이 훨씬 가까워서 요가를 선택한 나에게 퍽 반가운 일이었다. 나처럼 발레에 흥미 있는 회원들이 꽤 있었는지 일주일에 하루, 금요일에만 열리는 발레 수업이 인기 수업이 되었다. 처음 해보는 발레는, 예상은 했지만 무지 어렵고 힘들었다.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바 잡고 다리만 움직이는 것 같은데 이마에서 땀이 줄줄 난다. 다리며 발목이며 골반, 상체까지 안 쓰는 신체 부위가 없다. 발레리나들이 근육 전사라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거다. (배우 천우희 닮은 귀엽고 예쁘신) 선생님의 얼굴은 너무 평온해 보이는데 나는 기진맥진이다. 게다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왜 이리 우스운지. 마음만은 우아한 백조인데 현실의 내 꼴은 그냥 어설프고 웃기다. 발레는 무용이라 그런지 동작이 어설프고 서투르니까 더 웃기다. 선생님 보면서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이 모양인가!ㅠㅠ


엄청 힘들고 빡세고 실력이 느는지도 모르겠고 나 자신이 우스워지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레는 재미있다. 아 이게 왜 재미있지? 나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수업 시간 한 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한다. 금요일을 기다리는 이유가 주말 때문만이 아니라 발레 수업이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힘들고 서툴고 어색하고 실력도 잘 늘지 않지만, 그럼에도 "재밌다"라는 것 하나만으로 계속해서 배울 이유가 되기 충분하다. 뭐 어떤가. 내가 이걸로 직업 삼을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 보여주고 다닐 것도 아니고. 그냥 재밌으면 된 거 아닌가. 일하면서 열심히 운동까지 다니는데 이것만으로도 칭찬받을만한 어른이 아닌가? 괜히 기죽지 말고 서투른 나를 견디다 보면 언젠가 문득 실력이 늘어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걸 안다. 음 뭐...안 오면 말고. 재밌게 운동했으면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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