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 1학점

평범한 몸치였던 내가 요기니(yogini)가 되어버린 건에 관하여

by hase

고백하건대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체육수업 시간에 칭찬 한 번 들어본 적 없으며, 자신 있는 운동이 단 한 종목도 없고 돈 주고 운동을 배워본 적도 없었음은 물론 '관람'을 좋아하는 스포츠조차 없었던 몸치 중의 몸치라 하겠다. 그런 내가 요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어쩌면 순전한 우연이리라.


4학년 1학기 수강 신청 전, 수강 학점을 계산하다 보니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을 모두 들어도 졸업에 필요한 학점에 1학점 모자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1학점은 전공을 듣든 교양을 듣든 무엇을 들어도 상관 없는 학점이라서, 어떤 수업을 들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공부를 지지리도 안 하는 대학생이었던 나는, 공부 부담이 적으면서 재미있을 것 같은 수업이 뭐가 있을까 찾다가 "요가/필라테스"라는 이름의 수업을 찾게 되었다. 이 수업이라면 시험도 과제도 부담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반+'나도 이제 운동을 좀 할 필요가 있지...' 하는 생각 반으로 덜컥 신청해버렸다. 그렇다. 요가를 아주 만만하게 봤던 것이다.


개강 후 수강하게 된 요가 수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수님이 전문 요가 강사는 아니셨으며 체육 전공생도 아닌 일반 대학생 대상의 수업인만큼 모두가 초보라는 전제 하에 진행되는, 요가원 수업보다 훨씬 쉬운 초급 수준의 수업이었지만 1시간 30분여의 수업이 끝나고 나면 온몸의 에너지가 모두 빨려나간 듯한 상태가 되곤 했다. 그래도 그 수업을 싫어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학기가 시작한지 한 달쯤 지났을 무렵 친한 후배이자 친구와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번 학기 월요일 오전 수업으로 요가를 하는 교양 수업을 듣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자 요가 경험자인 그 친구 왈, "월요일 오전부터 개운하겠네!"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비록 온몸의 에너지가 모두 빨려나가고 팔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며칠 근육통에 시달리기는 했지만서도, 수업이 끝나고 나면 정말 '개운'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힘들어도 끝나고 나면 개운하다는 생각을 하며 수업을 들었다.


16주 간의 한 학기가 끝나고 난 후로는 요가와의 인연이 끝난 듯 했다. 당시 나는 돈 없는 학생이었으며 지하철로 1시간 거리를 통학했고 알바도 했으니 따로 요가원에 등록해서 다닐-핑계일 수도 있지만-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다 다시 요가를 떠올린 것은 1년 후 돈을 벌게 되고서였다. 나도 돈을 버니까 이제 운동을 해봐야지라는 생각과, 몸이 힘들면 잡생각이 안 나겠지 하는 기대로(이별 후 툭하면 울다가 잠들던 시절이었다...) 운동을 시작하려니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요가였던 것이다. 그때 마음을 먹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요가원을 찾아 등록했던 게 어느새 1년이 넘었다.


4학년 1학기때 요가 수업이 아닌 다른 수업을 들었더라면 지금 다른 운동을 하고 있거나 운동을 안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종종 대수롭지 않게 여긴 선택이 나를 생각도 못한 곳으로 데려다 놓기도 한다. 그래서 삶은 예측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단조롭고 똑같은 일상을 산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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