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방법 알아보기
신입사원 기술교육을 준비하면서 강의 교안을 만들고 있었다. 팀장이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이거 우리 회사에 맞게 커스토마이징 해서 나한테 내일까지 보고할 수 있어?"
커스토마이징? 그게 뭐지? 당시 사원급이었던 나는 순간 머릿 속이 아리송해졌다. 조심스럽게 팀장에게 물어봤다.
"팀장님, 그런데 커스토마이징이 뭔가요?"
"아니, 그것도 몰라? 지금까지 커스토마이징이라는 용어 한 번도 안 들어봤어? 이거 심각한데, 그동안 뭘 배운거야?"
커스토마이징 한 번 물어봤다가 인생 헛 살은 사람 취급까지 받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나는 팀장에게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고 모르는 것은 절대 물어보지 않게 되었다 (참고로 커스토마이징은교육생 특성에 맞게 교육 내용을 맞추는 것이다)
'자원의 저주'라는 용어가 있다. 석유, 가스, 희토류 등 많은 지하자원을 보유한 국가는 부유해야 할 것 같다. 앉아서 자원만 수출해도 저절로 돈이 굴러들어오니 말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현실과 다른 국가들이 많다. 베네수엘라, 앙골라, 나이지리아 이런 자원 부국들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풍부한 자원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권을 가진 자의 사리사욕에 쓰이는 것이다.
지식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가진 지식이 나와 주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데 쓰여야 한다. 이게 나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쓰이게 되면 빛이 퇴색된다.
성경에도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바리새인들이다. 로마가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시기, 종교 율법에 빠삭한 지도층 집단이 바로 바리새인들이다. 성경을 아예 통채로 다 외울 정도로 이들은 지식 9단의 달인들이었다.
그러나 이 지식을 자기들의 권위를 세우고 부를 축적하는데만 사용하였다. 예수님이 오셨을 때는 자기들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서 삽자가에서 죽게 하는 큰 죄악을 저질렀다. 지식이 도리어 큰 해악이 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람이 정말 자존심이 상할 때가 바로 잘 모른다고 누군가가 면박을 주는 것이다.
"나이 40살이 다 되도록 아직 이것도 몰랐어요?"
그냥 가르쳐주면 될 것을 왜 이런 말을 추가하는 것일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아마도 상대방에 대한 무시와 나에 대한 자만심 이 둘이 결합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 세상의 많은 범죄는 내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할 때 벌어진다. 사람은 자존심이 무너지면 마음에 쌓아두게 되고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는 법이다.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고 전문분야가 다르다. 나는 참깨씨, 볍씨, 상추씨, 깻잎씨를 봐도 뭐가 뭔지 전혀 모른다. 그러나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금방 아신다.
차가 시동이 잘 안 걸릴 때 나는 멘붕에 빠진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본네트를 열고 하나씩 조작하다보면 금방 원인을 찾아낸다. 내가 속한 분야가 아니면 사람은 깊이 아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내가 속한 분야라도 미처 내가 모르는 부분들이 있다. 지식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광범위하기에 아무리 그 쪽 분야에서 일하더라도 모르는건 늘 존재한다. 이 때 "넌 무식해"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알려주자.
혼자만 갖고 있지 말고 내 지식을 공유해보자. 가장 좋은 방법은 글로 쓰는 것이다. 내 지식을 가장 건전하면서도 남 눈치 보지 않고 펼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글로 정리하다 보면 여러가지 사례나 내가 가진 지식들이 결합된다. 눈사람을 만들 때 나뭇가지로 팔 만들고, 양동이로 모자 만들고, 당근으로 코 만드는 것처럼 내 주변의 다양한 소재들로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배워서 남주자"는 말이 한 때 유행하였다. 내가 아는 지식을 글로 써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자.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서 공유받자.
내 눈높이에서 말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자.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있어서 아드님의 절도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법 공부 안 해본 사람은 이게 뭔 카레 먹다 이빨 빠지는 소리냐 싶을 것이다. 이걸 법을 잘 모르는 사람도 알아듣기 쉽게 말해보자.
"형법에는 같이 생활하는 가족 간에 물건이나 돈을 훔치는 행위, 즉 절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걸 친족상도례라고 하지요. 그래서 아드님이 돈을 훔쳤더라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법을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쉽게 말하도록 하자. 반대로 내가 잘 모르는 개념을 상대방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도 있고, "아는 것이 병이다"라는 말도 있다. 상반된 이 말이 존재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아는게 때로는 힘이 아니라 자원의 저주 마냥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아는 지식이 나를 과시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데 쓰인다면 딱 저주가 되는 것이다.
지식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이롭게 하는데 쓰도록 하자.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방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자. 그리고 글로 남겨보자. 이 때 바로 아는 것이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