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극복하기
꽤 오래 전의 일이다. 결혼하기 전에 소개팅을 했었다.
세련된 이미지의 그녀! 아직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금방 호감을 갖게 되었다.
세 번째 만남 장소는 강남역이었다. 하필 그날따라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매너남(?)이었던 나는 10분 전에 일찌감치 도착해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오분이 지나도, 십분이 지나도 그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흠..무슨 일이 있는건가? 폰을 보니 메시지가 와 있었다.
"비가 와서 차가 막히네요. 근처 서점이라도 들어가 있으세요"
뭐지? 비가 오면 조금 일찍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네? 그 모습에 나는 크게 실망했고 세 번째 만남 이후 그녀와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 내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사는 사람은 없다.
체면 때문이기도 하고, 내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더럽고 악한 생각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수도 있다.
문제는 그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를 잘 포착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아무리 숨겨도 잘 찾으면 보입니다'
간첩신고 포스터 문구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도 드러나는 순간은 분명히 있게 마련이다.
내 동생이 소개팅을 했다. 처음 만났을 때 상대 남자가 키고 크고 호감형이라 '이 사람 괜찮다' 싶었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요플레 같은 요거트를 줬다고 한다. 상대 남자가 요거트 껍데기를 혀로 핥으면서 먹더랜다. 그 모습이 추접해(?) 보여서 다시 만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매너 좋기로 유명한 과장님이 계셨다. 늘 웃는 표정으로 사람을 대하는 분이셨다. 직장에는 권위만을 내세우는 사람이 많은데 이 분만은 참 달랐다.
어느 날 팀 공용 노트북으로 작업을 할 일이 있었다. 네이버에 접속하려고 보니 그 분이 로그인을 한 상태로 창을 열어놓고 있었다. 로그아웃을 하려다가 문득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나도 참 나쁜 놈이다) 이 분이 온라인에서는 어떤 분이실까?
깜짝 놀랐다. 온갖 악플로 연예면, 정치면을 도배하고 있었다. 오프라인에서의 이미지가 진짜일까, 온라인에서의 이미지가 진짜일까 궁금해졌다. 이 사람이 보여준 이미지는 가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사람 속은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사기꾼이 '나 사기꾼이예요'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지 않는다. 광명의 천사로 가장해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접근한다. 그러다가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 내 재산은 강물에 떠내려가는 오리알 마냥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 신뢰를 주는 사람이 있다. 직장은 참 외롭고 힘든 곳이다. 경쟁을 기반으로 평가와 승진이 이루어진다. 이런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귀인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진짜 귀인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약점을 쥐고서 꺼림칙한 부탁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를 방패 삼아 무리한 부탁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 나에게 잘해주던 과장이 있었다. 늘 둘이 있으면 내 편을 들으며 자기도 팀장 때문에 힘들다고 같이 푸념하던 사람이었다.그러나 점점 친해지자 그 과장은 점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 사람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과장이 있었다. 늘 그 과장 욕을 하면서 나를 자기 편에 서도록 하였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추가근무 신청하고 밖으로 술 마시러 자주 나가고는 했다. 그럴 때는 사원증을 나에게 건네주며, 자기가 늦게 퇴근한 것처럼 내가 퇴근할 때 사원증을 리더기에 같이 찍어달라고 부탁하고는 했다. 다시 말해 허위로 퇴근시간을 조작해달라고 한 것이다.
부탁을 거절하기 참 어려웠다. 인간관계에서 내가 도움받은게 있기도 했고 계속 같이 지낼 사람이라 관계가 틀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몇 달 뒤 이직하게 되면서 비리의 고리에서 다행히 벗어날 수 있었다.
직장에서 이렇게 약점 한 번 잡히면 정말 골치 아파진다. 내가 공범이 되기에 쉽게 신고하기도 힘들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이게 문제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악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진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도 당연히 이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첫인상만 보고 빠져들면 이들은 점점 본색을 드러낸다.이 경우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내가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피해자가 되기 쉽다. 당해도 하소연하기 어렵고 내 말을 들어줄 사람도, 내 편을 들어줄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뭔가 이 사람에 대해 싸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고 찜찜한 것이다. 이 사람이 순간순간 드러내는 '진실의 순간' 에 늘 주목하자. 그 육감은 대체로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