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잘하기
어느 날 팀장이 나를 조용히 회의실로 불렀다.
"OO님, 요즘 점심식사 때마다 항상 지윤씨 옆에 앉아 있었지?"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그랬나? 아닌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유가 있었던건 아니고 그냥 앉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지윤씨는 그게 불편했던 모양이야. 왠지 그런 느낌이더라고"
"아니,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앉은건데요?"
"남녀 사이가 또 그런게 아니야. 쉽게 오해하기도 쉽고. 암튼 조심해야돼"
(지윤씨는 물론 가명입니다)
솔직히 그 말을 듣고 황당했다. 진짜 아무 생각없이 같은 팀 여직원 옆자리에서 식사를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소리를 들은걸까? 팀장이 오해하고 있는건 아닐까? 40대 중반의 기혼자에 아이가 둘이나 있는 내가 여직원에게 무슨 관심 같은게 있을라고.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문득 보는 사람 입장에 따라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조금 민감한 소재로 글을 쓰려고 한다. 바로 회사 내 이성과의 관계에 대한 글이다.
예전 회사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40세 정도였던 미혼인 팀장이 있었다. 그 팀에는 30세 정도 되었던 미혼인 여직원이 같이 일하고 있었다.
팀장은 이 팀원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집 앞으로 찾아가서 공개 구혼도 하고 마음을 사기 위해 선물도 수시로 주고 엄청 노력하였다. 그러나 사람 일이라는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그 여직원은 자기와 10살이나 차이 나는 그 팀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여직원에게 거절당하자 애정은 미움으로 바뀌게 되었다. 일부러 낮은 평가를 주고 다른 팀원 앞에서 그 여직원을 원색적으로 모욕하기도 하였다. 결국 그 여직원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그 팀장을 신고했다. 조사가 끝나고 그 팀장은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위 사례는 극단적인 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성 간의 관계 때문에 불편한 상황은 생각 외로 많이 발생한다. 대부분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서로 간의 오해가 생기는 경우들이다.
내가 의도한게 아닌데 회사에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특정 직원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경우
- 애인이 있는지,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물어보는 경우
- 결혼은 언제 할건지, 자녀는 언제 낳을건지 물어보는 것
- 자꾸 같이 식사 하자, 같이 산책하자고 하는 것
- 쓸데 없이 자꾸 쳐다보는 것
- 소지품이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
- 외모나 옷차림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것
대부분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이성 직원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갖는다는데 있다. 그저 같이 일하는 사람인데 업무 외적인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자칫 치근덕댄다는 오해를 사기 쉬운 것이다.
몇 년 전, 한참 미투 운동이 활발했던 적이 있다. "나도 당했다" 로 시작해서 많은 여성들이 자기가 당했던 성희롱 사례에 대해 폭로하는 운동이었다.
이 때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사례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집무실에 있는 비서부터 집안일을 하는 고용인에 이르기까지 전부 다 남자만 채용한다고 한다. 이유는 불필요한 오해 살 가능성을 원천봉쇄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이 사실이 기사화되고 논란이 되었다. 이성 간의 이슈가 워낙 민감하니 충분히 이해된다는 반응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고 아예 배제해 버리는 것이 맞느냐는 반응이 서로 엇갈렸다.
어떤 것이 바람직할까? 중요한 것은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분들은 고용주가 아니라 고용인일 것이다. 즉 내 입맛대로 성별에 따라 사람을 채용할 수 없고, 주어진 환경에 순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때 불필요한 잡음 없이 같이 일하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
무슨 호구조사 하는 것 마냥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 애인은 있는지, 애인은 어떻게 생겼는지, 주말마다 어디로 놀러가는지 등을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혼자 있으면 뭐하고 지내는지, 휴가 때 어디 가는지 꼬치꼬치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그런건 알아서 뭐하는가? 꼭 이성 간의 관계가 아니라도 사람 간에는 일정한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그렇게 훅 들어오게 되면 사람은 당황해 하고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자칫 성희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이슈이다. 물론 헤어스타일이 변했거나 화사한 옷을 입고 왔으면 관심을 가져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관심이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다정한 말이 똑똑한 말을 이깁니다' 의 저자 이재은 아나운서는 어느 날 빨간색 옷을 입고왔을 때, 누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 투우사 같은데?"
이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다고 한다. 이게 과연 칭찬일까? 비난일까?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한걸까? 개운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냥 말 안하고 있었으면 되는데 상대방에게 개운치 않은 느낌을 줄 필요가 있는가? 불필요하게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 말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자.
예전 군 복무 시절, 관물함에서 남의 물건을 뒤지는 선임이 있었다. 이 인간은 야간 근무자라 낮에는 생활관에 있고, 밤이 되서야 근무하러 나갔는데, 낮에 혼자 있을 때 후임들 관물함을 뒤져서 편지며 다이어리를 읽어대는 것이 취미였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의 불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성 간에는 더 할 수 밖에 없다. 서로 공개하기 민망해 하는 소지품이 있는 법이다. 그걸 만지거나 관심을 갖거나 하지 말자. 특히 다이어리 같은 경우는 자기만의 스토리가 담긴 경우가 많다. 그런 부분은 서로 인정해주고 조심하도록 하자
틈만 나면 이성 직원들에게 가서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하느라 정신없는 사람이 있다. 어떤 경우는 상대방이 별로 내켜하지 않는데도 눈치없이 가서 말을 건다. 그걸 내 인기의 척도라고 착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관계이다. 가족이나 친구 간의 관계와는 다르다. 너무 삭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이성 간에는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일하다 말고 상대방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길가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추파 던지듯이 사무실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뚫어지게 보는 것이다. 느끼한 눈빛으로 부담스럽게 얼굴부터 발끝까지 싹 훑어보면 좋아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사람의 본능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직장에서는 특히 조심하자. 예전에 이것 때문에 고충 신고가 들어가는 케이스를 본 적이 있다. 생각 외로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조심하자.
이런 말을 하면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조심하면서 회사 다녀야 하냐고
그러나 회사는 서로 존중하면서 같이 일하는 곳이다. 이성 간의 관계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사람 대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싶으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훨신 더 중요하다. 이성 간에는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사회적 역할이나 유전적인 특징, 생각하는 방법 등이 모두 다르다. 괜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책이 유명했겠는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하면 된다.
요즘은 사내 커플이 많고, 회사에서도 권장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회사는 기본적으로 일 하는 곳이기에 적어도 사무실에서는 서로 조심하도록 하자. 서로 조심만 조심한다면 더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고 나 역시 같이 일하고 싶은 매너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