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합니다 (촛불 화재)

역사에서 배우는 일 잘하는 방법

by 보이저

이번에는 두 건의 큰 화재사건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두 건 모두 불이 켜진 초를 쓰러뜨려 벌어진 대형 화재 사건들이다. 사소한 실수가 얼마나 큰 비극을 초래하는지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아래 두 사건 소개를 통해 왜 실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실수를 고치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같이 알아보고자 한다.




1. 용두산 화재 사건 (조선 왕 어진 훼손 사건)


1953년 3년 간의 6.25 전쟁이 끝나고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당시 수많은 유물들은 전쟁을 피해 부산의 한 판잣집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 수는 무려 3,500점이었다.

전쟁이 끝났으니 유물들은 당연히 서울로 돌아갔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북한이 언제든 다시 쳐들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던 시절이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에 유물 보호를 주장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유물들은 먼지가 쌓인채 판잣집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1954년 12월, 그날은 추운 날이었다. 유물이 보관된 판잣집 인근에서는 한 식모가 촛불로 얼어있는 몸을 녹이고 있었다. 너무나 졸린 나머지 촛불을 끄는 것도 잊고 잠이 들고 말았다. 그녀는 잠결에 실수로 초를 건드렸고 초는 그대로 쓰러졌다. 나무로 지은 판잣집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다행히 죽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 불은 부산 용두산에 피난민들이 모여사는 판잣집을 덮쳤다. 그리고 그 집 중에는 유물 3,500점을 모셔놓은 곳도 있었다.



이 중에는 역대 조선 왕들의 얼굴을 그려놓은 어진들도 있었다. '수염 하나라도 잘못 그리면 그건 제대로 된 어진이 아니다' 조선 시대 화가들의 철학이었다. 어진들은 사진처럼 정확하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진은 족자에 그려져 있었는데 그 족자는 홀라당 다 타버렸다. 그렇게 조선 시대 왕들의 얼굴은 상상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영조는 운좋게 불에 타지 않았지만, 철종은 입이 타버렸고, 순조와 효명세자는 하필 얼굴 부분만 타버렸다. 48점의 조선 왕들의 어진이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은 불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어떤 왕의 어진이 타버렸는지 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


유물들의 운명도 가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물 목록이 싹 다 타버리면서 도대체 이게 언제적 무슨 유물인지 알 길이 없게 되었다. 뭐가 불에 탔는지 확인도 어려웠다. 식모의 실수는 이 땅의 역사 일부를 지우개로 지워버렸다.

(좌) 순조, (중) 철종, (우) 효명세자


2. 이리역 폭발 사건


촛불과 관련된 큰 사고는 하나 더 있다. 1977년 이리역(현재 익산역) 폭발사고이다.


인천에서 광주로 가던 화물열차 안에는 다이너마이트가 가득 실려 있었다. 이 화물열차 안에는 호송원이 타고 있었는데, 이 호송원은 열차 출발이 자꾸만 지체되자 주변 술집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기차에 탔다.


술 기운이 오르자 그는 촛불을 켜고 기차 안에서 잠이 들게 되었다. 그는 자다가 잠결에 초를 건드렸다. 그 초는 삽시간에 열차칸 전체에 불이 붙었다. 불은 다이너마이트가 실린 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호송원을 비롯한 역 내 직원들은 불을 끌 엄두도 내지 못하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갔다.


"꽝!" 천지를 뒤흔드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마치 핵폭탄에 맞은 것처럼 버섯구름이 하늘 높이 피어올랐다. 그 육중한 기관차가 무려 700미터를 붕 날아가 근처 민가 위에 떨어질 정도였다.

엄청난 크기의 구덩이가 생겨났고 철길, 역, 주변의 민가까지 흔적도 없이 다 사라졌다. 사고가 난 시각은 하필 밤 9시 무렵이라 다들 집에 있을 때였다. 그래서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은 모두 날벼락을 맞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침 이리역을 향해 달려오던 통일호 열차가 정지 신호를 받고 그 전에 위치한 간이역에 멈춰섰다는 사실이다. 그 열차에는 600여명이 타고 있었는데, 5분만 더 빨리 이리역에 도착했다면 한번에 다 비참한 운명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촛불 하나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리역 폭발사고


실수에 대한 경각심의 중요성


우리는 "그깟 실수!" 이러면서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러나 실수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지 않으면 이게 큰 사고로 연결된다.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29번의 작은 사고들, 300번의 사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1: 29: 300 법칙으로 잘 알려진 이 법칙은 보험 설계사였던 하인리히가 수많은 사고를 분석한 결과 이 비율을 찾아내게 되었다.


"실수 안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다 실수하면서 크는 거야!" 이렇게 위안을 삼으며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실수는 꼭 바로 잡아야 한다. 최근에는 강점에 집중한다고 하면서 내가 가진 약점은 간과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그러나 내 약점 중 치명적인 것이 있다면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반드시 바로 잡고 넘어가야 한다.


어떤 아이가 도벽이 있어서 습관적으로 물건을 훔친다고 하자. 도벽 고치기 힘들다고 이 아이 약점은 놔두고, 다른 강점을 키우면 되는거라고 말하는 무책임한 사람은 없다. 도벽이 아무리 고치기 힘들어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만 한다. 내가 가진 다른 약점들도 다 마찬가지이다.




실수를 막는 방법



1.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을 하나씩 외치기


군대에서 사격할 때, 반드시 큰 소리로 구호를 하나씩 외치게 한다.

"탄알집 장착 - 노리쇠 뭉치 장전 - 탄피회수망 장착 - 반자동으로 조종간 조정"


사격을 하는 것과 같이, 일을 할 때 틀리기 쉬운 부분은 하나씩 되뇌이자. 입으로 한 번 말하는 것은 큰 효과가 있다.




2.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내 언어로 정리해서 물어보기

아무리 지시사항이 길어도 핵심사항은 3~4개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정리한 언어로 그 핵심을 다시 정리해서 물어보자. 혹시 중요한 사항 중 내가 빠뜨린 것은 없는지도 같이 물어보자.


"이번 대리점 점주 모임은 '경기도권 골프장' 에서 하되,
골프 못치는 점장들을 위한 '별도' 행사도 같이 기획하고,
전체 예산은 '3,000만원' 이내에서 진행하면 되는 걸까요?
혹시 제가 챙길 부분이 더 있을까요?




3. 내가 맡은 업무를 사전에 숙지하기

아무 배경 지식도 없이 무작정 일을 시작하는 것과 사전 지식을 갖추고 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어떤 행사를 기획할 때 그 장소에 미리 가서 동선도 체크하고, 빔 프로젝트는 잘 나오는지, 식사는 맛있게 나오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미리 숙지해서 사전에 실수를 막기 위함이다.


주간, 월간회의 자료나 전임자가 작성했던 자료 등을 꼼꼼하게 사전에 숙지하고 일을 시작하자.



4. 시간에 쫓겨 급하게 일하지 않기

종결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무리하게 특정 시점에 다 끝내려는 강박을 갖고 있다. 하나의 일에 꽂히면 무조건 그 일을 끝을 보려고 한다.

조금 늦더라도 꼼꼼하게 검토하자. 마감을 넘길 경우 미리 양해를 구하고 꼼꼼하게 확인하고 마무리하자.



5. 일의 순서에 익숙해지기

일의 순서를 머릿 속에 그릴 수 있으면, 이 단계에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일 할 수 있다. 각 단계마다 실수하기 쉬운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있기에 실수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자동차 운전을 할 때, 먼저 차 문을 열고, 의자와 사이드 미러 위치를 조정한다. 그 뒤 안전벨트를 메고 시동을 건다. 운전을 많이 한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몸이 알아서 위 절차를 수행하게 된다. 이렇게 몸이 기억할 정도로 순서에 익숙해 지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위 두 가지 사건은 극단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도 저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미리 실수에 대비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위 사례의 식모나 호송원은 촛불을 켜는 것이 큰 사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작은 실수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나 역시 회계팀에서 근무하던 시절, 대금 지급 전 정상 계좌인지 체크하고 입금 진행하라는 메뉴얼이 있음에도 신경 쓰지 않은 적이 있었다. 급하게 대금을 지급하다 보니 대충 확인하고 넘어갔던 것이다. 압류된 계좌로 260만원이 입금되었고, 그 돈은 허공으로 날라갔다. 은행에서는 자기들 빚 갚는데 써야 한다고 못 돌려준다고 버텼고, 업체에서는 돈 달라고 징징거리고 머릿 속이 정말이지 하얘지는 순간이었다. 그 일 때문에 결국 회계팀을 떠나야만 했다. 내가 교육팀에서 10년 넘게 교육 업무를 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방심하면 실수는 터진다. 급할 수록 돌아서 가야한다. 아무리 위에서 빨리 하라고 쪼아대도 침착함을 유지하자. 서두르다가 실수한다고 윗 사람들이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니 최대한 내 타이밍에 맞게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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