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에서 벗어나기
교육진행 때 겪었던 일이다. 회사 연수원까지는 보통 전세버스로 이동하고는 한다. 그런데 이번 교육은 교육생 숫자가 많지 많아 첫 주만 전세버스를 이용하고, 둘째 주는 콜밴으로 가기로 바뀌었다.
전세버스, 콜밴 비용을 처리하려는데 어랏?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자세히 살펴보니 2주 다 전세버스를 사용한 것으로 예산 신청이 된 것이었다. 나는 교육 담당자에게 물었다.
"두 번 다 전세버스를 탄 것으로 예산 신청이 되었네요?"
"네! 그렇게 처음에 말씀 주셔서 그렇게 처리했어요"
"저희 2주 차 때는 콜밴으로 갔잖아요"
"아! 맞다. 정신없이 처리하다 보니 생각을 못했네요. 그런데 저한테 따로 알려주시지 않은 것 같네요"
"네... 생각해 보니 제가 공유를 못 드렸네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담당자가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세 내용을 전달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혼선이 발생했던 것이다.
업무 공유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공유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엇 때문에 공유가 잘 안 되는 것일까?
일이 바쁘면 도저히 공유할 엄두가 나지 않게 된다. 당장 쏟아지는 업무를 쳐내기 바쁜 것이다. 이 때는 공유를 하려다가도 다른 업무에 파묻혀 버리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는 내가 뭘 공유해야 하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게 된다.
사소해 보이는 이런 것까지 일일이 다 공유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감시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기분이 불쾌하기도 하다. 내 업무는 내가 알아서 한다는 생각에 공유하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팀원들과 껄끄러운 관계일 경우, 서로 말을 하기도 싫다.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한 것이다. 그런데 업무를 공유하라니.. 끔찍하기만 하다. 피하고만 싶은 자리이기에 업무 공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업무 진행상황을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오해가 생기게 되고, 내가 물어보면서 일일이 다 챙겨야만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고객사 초청 행사가 있어 방문객 차량 주차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하자. 내가 모든 차량 주차 등록을 마무리하였다. 이걸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사람이 주차등록이 다 되었는지 나에게 물어보게 된다. 심한 경우는 이미 다 끝났는데, 다른 사람이 나 대신 주차등록을 하겠다고 동분서주하게 될 수도 있다.
업무 공유를 하는 것은 알고 일하기 위함이다. 대다수의 일들은 서로 맞물려 있기에 내 앞에서 일이 다 끝났는지, 뒤에 일하는 사람은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은 참 중요하다.
그렇다면 업무 공유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두 번 말하지 않고 한 번에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거 찔끔, 저거 찔끔 조금씩 전달하면 상대방은 오히려 헷갈려한다. 자칫 앞의 메시지와 뒤의 메시지에 다른 부분이 있으면 혼선이 생기게 된다. 한 번에 요약해서 전달하자
[이번 주 금요일 택배 송부 물품]
1) 네트워크 교육 관련
- 무선 교육 교재 (25부), 날클립으로 제작
- 유선 교육 교재 (10부) Part.4는 제외 (Part 1~3만 제작)
2) 신입사원 입문교육 관련
- 출석부 2장 (1주 차, 2주 차 각 2장)
- 아이스 브레이킹용 패널
- 목걸이 명찰 10개
아무리 상대방이 자기가 한 일을 공유해 줘도 내가 소홀하게 관리하면 무용지물이다. 대충 기억하게 되면 오히려 혼란만 생기고 공유받지 못한 것만 못하게 된다.
반드시 내 개인 메모함에 상대방이 공유한 업무 관련 메시지는 저장하자. 아래처럼 저장, 관리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히스토리 관리를 하는 것이다.
[25년 2분기 스마트폰 신규 가입 실적 관련]
영업기획팀 노현수 차장과 Comm 한 내용
1) 스마트폰 신규 개통 고객 수가 1분기 대비 14퍼센트 증가함. 이 중 OO텔레콤 해킹 이슈로 인해 이동한 고객은 8퍼센트로 추산됨
2) 어떻게 알았냐면 신규 고객 대상 설문을 진행했음. 1만 명 대상 설문을 진행했고 이 중 1500명이 응답함. 응답자에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쿠폰을 지급했고 소요 비용은 600만 원임.
3) 옆 동네 OO통신사 실적은? 우리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집계됨. 1분기 대비 12퍼센트 증가했다고 함. 최초 3개월 반값 요금제 등 공격적인 마케팅 효과 덕으로 보임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쉬운 일이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있다. 일단 공유하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처럼 급할 때는 사소한 정보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중요한지 아닌지 판단은 상대방이 하는 것이다. 일단 공유하자.
- 강사님 주차 등록이 되지 않아, 주차를 위해 주변을 헤맸는데 다음에는 사전 주차 등록이 필요합니다.
- 전무님께서 회를 별로 안 좋아하시더라고요. 다음 회식 때 참고 부탁드려요.
- 수업 시간에 노트북 갖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노트북 사용 못 하게 제재가 필요해 보입니다.
- 회사 주변에는 20명 이상 들어갈 만한 식당이 없어서, 사내 식당 별도 룸이 좋을 것 같아요.
내용은 구체적인 게 좋다. 핵심만 추려서 전달하면 간결해 보이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히스토리를 모르기에 내용을 보고도 이해하기 힘들 수가 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목적, 배경 이런 부분을 상세하게 작성하자.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해 계속 물어본다면 나도 짜증 나고 상대방도 힘들게 된다.
- 이번 리더십 세미나 사외 강사는 컨설팅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OOO대표로 하고자 함.
- 이번에는 컨설팅팀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기에 단순 리더십 강사보다는 컨설팅 업계를 잘 아는 강사가 좋을 것 같음.
- 여름휴가 기간인 7월 말 ~ 8월 초를 피해서 회사 대강당 사용 가능 일정 및 OOO대표 가능 일정을 같이 알아봤으면 함. 사전 배포 자료에 대해서도 같이 확인할 필요가 있음.
업무 공유는 직장 생활의 기본이다. 회사 일은 나 혼자 하는 업무는 드물다. 여러 사람, 여러 부서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회사 업무이다. 따라서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공유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이 바쁘다 보니, 귀찮다 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사이가 소원하다 보니 공유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공유하지 않으면 상대방도 공유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섬에 갇힌 것처럼 고립되는 것이다.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좋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없다.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위의 원칙을 따른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소통할 수 있다. 상대방과 소통이 잘 안 되어서 내가 힘들었을 때, 상대방이 이렇게 해주면 더 좋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내가 느꼈던 아쉬움을 담아 상대방과 더 구체적으로, 더 자주 공유하자. 뭘 이런 것까지 싶은 것도 공유하는 것이 좋다. 소통을 잘하면 직장생활이 한결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