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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더 말했다가 손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배 과장은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 보고서를 만드느라 일주일 내내 고생해야 했다. 뭔 놈의 자료는 그렇게 많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 건지.. 천신만고 끝에 완성한 보고서는 다행히 팀장님께서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 주셨다.

드디어 전무님께 보고 드리는 날이 왔다. 다른 영업팀 팀장님들도 전무님 방에 배석해 있었다. 보고가 다 끝나자 전무님은 배 과장을 칭찬했다.



"이 보고서 배 과장이 만들었다면서? 동종사 영업실적은 어떻게 알아낸 거야? 배 과장 정보력이 대단하네!"

"흠흠.. 제가 발이 좀 넓습니다. 이번 보고를 위해 K사 기업영업팀장님을 만나서 저희 영업실적이랑 맞교환했지요"


순간 좌중은 조용해졌다. 전무님은 놀란 표정으로 배 과장에게 물어보신다.



"우리 회사 영업실적이랑 맞교환했다고? 정말? 그거 영업비밀이라 유출되면 안 되는 정보인데? 내 허락은 맡고 넘겨준 거야?"


배 과장은 아차 싶었다. 그러나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 한 번 내뱉은 말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필요 이상으로 말하는 것의 위험성


사람은 말을 적게 해서 손해 보기보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손해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위 사례처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드러내고 싶어서 한 마디 더 했다가 오히려 손해 보는 경우가 참 많다. 배 과장의 경우, 말실수 하나 때문에 열심히 준비한 보고를 완전히 말아먹고 말았다.


범죄자의 경우도 자기 범행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 이것, 저것 허위증언을 많이 한다. 문제는 이런 시도가 범죄를 은폐하기는커녕 오히려 자기 말이 앞뒤가 안 맞는 바람에 자기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를 지키기 위해 한 두 마디 더한 게 오히려 나를 해치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필요 이상의 것들이 포함된다. 이 내용들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고, 말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왜 필요 이상으로 말하게 될까?



1.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 준다는 생각이 들 때


'모모'라는 소설이 있다. 사람들의 시간을 훔쳐가는 회색당 중 한 대원은 실수로 자기들의 영업비밀을 모모에게 누설하게 된다. 모모는 늘 상대방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을 표시한다. 여기에 긴장이 풀어져버리고 술술 속마음을 다 말하게 된 것이다.


상대가 나를 이해해 준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경계가 느슨해진다. 속마음을 가감 없이 털어놓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까지 털어놓기 쉬워진다.




2. 나를 드러내고 싶을 때


인정욕구가 유난히 강한 사람들이 있다. 인정받고 싶은데 현실을 늘 주눅 들어 있다. 회사에서는 일을 못 한다고 늘 핀잔을 듣고 있고, 집에서도 배우자, 아이들에게 치여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런 사람이 칭찬을 받게 되면 너무나 좋아한다. 내가 이런 인정을 받는다니 흥분하게 된다. 문제는 그때 감정을 적절하게 컨트롤하지 못하면 괜히 불필요한 말을 하게 된다.


"제가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기회만 생기면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시대를 잘못 태어난 거지요"



우쭐한 마음에 처음 사례 속 배 과장처럼 굳이 말할 필요 없는 것까지 입 밖으로 꺼냈다가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3. 나를 변호하고 싶을 때


반대로 내가 잘못한 일이 생기면 최대한 내 실수를 숨기면서 나를 변호하고 싶어진다. 이때 말이 많아지게 된다.


"회계팀에서 견적서 첨부 안 해도 된다고 해서 그냥 전표 올린 거예요"

"저는 이 쪽 분야 전문가가 아니어서 지식이 많지 않아요"

"회사가 체계가 안 잡혀 있다 보니 이런 실수가 나오게 되네요"



나를 변호하려는 게 자꾸 변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솔직하게 내가 실수했다고 말하며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하면 쉽게 끝날 일을 자존심 때문에 어렵게 만들게 된다. 자칫 변호하는 내용 중에 허위 사실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일은 더 복잡해지게 된다.




4.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싶을 때


두 사람이 말없이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같은 팀이기는 해도 사실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다 보니 나눌 대화가 많지 않다. 침묵이 이어지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참다못한 한 사람이 말문을 연다.


"이번 인사발령 때 팀장님 다른 부서 가신다는 소문 혹시 들어보셨어요?"

"정말인가요? 이제 우리도 살만해지는 건가요?"



말을 꺼내놓고 아차 싶다. 인사팀 지인에게서 들은 말인데 발표 전까지는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걸 어쩌나.. 이 사람 입이 가벼운 사람이라 팀에 소문 퍼트리른건 시간문제일 텐데.. 괜히 말했다 싶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렇게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싶어서 한 말이 두고두고 문제가 될 때가 종종 있다. 그냥 어색한 걸 참으면 그만인데 그걸 굳이 깨 보려다가 악수를 두고 마는 것이다.



괜히 더 말하지 않는 방법


말을 되도록 아끼자. 특히나 당신이 말주변이 없고 눈치가 없는 편이라면 더더욱 말을 아껴야 한다. 입만 열면 자꾸 문제가 생기는데 왜 자꾸 말을 하려고 하는가? 아래 방법을 지키면 불필요하게 말을 더 해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1. 순간의 기분에 취하지 말자


사람은 누가 치켜올려주거나 비난하게 되면 순간 감정이 올라오게 된다. 흥분한 상태에서 기쁨이나 화를 표현하게 되면 절제되지 않은 말을 하기 쉽다.

이 때는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자. 내가 잘한 일이건, 잘못한 일이건 간단하게 표시하면 된다. 굳이 덕지덕지 토를 달 필요 없다.



(예시) 이번 분기 인센티브 수상자로 선정된 경우


- (O) 저 혼자만의 공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같이 함께해 주셔서 제가 이런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 (X)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이번 프로젝트 때 우여곡절도 많았고 늘 밤샘하며 피부 트러블도 생겼지요. 그 노력의 결실을 드디어 알아봐 주시네요.




(예시) 보고서 수치가 잘못되었다고 지적받은 경우


- (O) 잘못된 수치가 맞는지, 잘못되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 (X) 저는 영업기획팀에서 받은 수치대로 작성했을 뿐입니다. 틀렸다고 할 때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말씀하셔야죠.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으신가요?




2. 어색함을 깨고 싶으면 가벼운 주제로 말하자


어색하면 그냥 어색한 채로 있으면 된다. 상대방은 어색함을 깨려는 그 어떤 노력도 안 하는데 당신은 왜 굳이 노력하는가? 당신이 상대방보다 열등해서 그럴 의무를 지는 것인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어색한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분위기가 삭막하면 그냥 가만히 있자. 최선의 방법은 빨리 끝내고 자기 자리로 복귀하는 것이다. 어색함을 깨려고 던지는 말들이 분위기를 더 이상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색함을 그래도 깨고 싶다면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해 보자. 그렇게 말문이 트일 때도 있다.


- "요즘도 골프 치시나요?"

- "아이가 태어나서 요즘은 주 1회 스크린 골프밖에 못 가네요"

- "필드 나가고 싶으시겠어요"

- "그렇죠. 스크린에서 치는 거랑 필드에서 치는 건 차원이 다르지요"



이렇게 취미를 갖고 이야기하게 되면 대화가 이어지고 어색함이 사라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관심사에 대해 말하면 관심을 갖고 대화에 집중하게 된다.




3. 말하기 망설여지면 말하지 말고 기다리자


이 말을 할까 말까 고민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일단 말하지 말고 기다리자. 말을 해버리면 되돌릴 수 없지만, 안 하고 있으면 타이밍을 봐서 천천히 할 수 있다. 내 경험 상 말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들의 대다수는 말 안 하는 게 더 좋았던 경우가 많다.


상대방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물어보기 망설여진다면 일단 기다려보자. 괜히 물어봤다가 어색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혹시 윤정 씨는 결혼하셨나요?"

- "아.. 결혼을.. 했었지요"

- "그럼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요?"

- "네.. 뭐.. 그런 셈이죠.."


이런 눈치 없는 대화를 계속하며 분위기 삭막하게 만드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안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일단 망설여지면 기다려보자.




마무리하며


'혹 떼려다가 혹 붙인다'는 말이 있다.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 나를 어필하거나 변호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도리어 나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오는 것이다.


기관총을 너무 오랫동안 쏘게 되면 총열 부분이 달궈져 뜨거워진다. 이때 계속 기관총을 쏘면 총이 폭발하여 오히려 아군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말도 마찬가지이다. 적절하게 제어가 되지 않으면 달궈진 기관총처럼 폭발하기 쉽다.

항상 말을 제어하자. 필요 이상으로 말하는 것을 주의하도록 하자.


"말을 아끼는 자는 지식이 있고 성품이 냉철한 자는 명철하니라" (잠언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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