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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는 누구나 부침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사례)

나를 돌아보기

by 보이저

야구에서 4할은 꿈의 타율로 불린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더 이상 4할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100년 가까운 프로야구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고, 우리나라는 프로야구가 처음 시작되었던 1982년 딱 한 번 나왔고 그 이후에는 단 한 번도 탄생하지 않았다.


야구에서 4할이란 타자가 타석에 10번 섰을 때, 4번 이상 안타 이상을 치고 진루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야구를 잘하는 선수라도 열 번 중 여섯 번은 아웃당한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안타를 치고 나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투수는 타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기를 쓰고 자기가 가진 최고의 공으로 타자를 상대한다. 투수의 극심한 저항을 뚫고 안타를 쳐낸다는 것이 힘든 일임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타격은 갑작스레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한다. 갑자기 공이 잘 안 맞는 것이다. 이런 부침을 끊임없이 겪기에 시즌 내내 잘 칠 수는 없다.


연예인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무리 흥행 제조기라는 배우들조차 모든 작품에서 다 흥행을 기록하는 아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백 만명도 채 들어오지 않는 망작이 있기도 하다. 모든 것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사례


16세기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iam Shakespeare)는 생전에 중편 이상의 작품 39편을 남겼다고 한다. 리어왕, 맥베스,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수많은 흥행작품을 남겼던 그였지만 항상 흥행작만 남긴 것은 아니었다.



위 그래프는 셰익스피어 작품 흥행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자세히 보면 흥행작이 나오면 그다음에는 비흥행작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행이 두 번 이상 반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세기적인 문호 셰익스피어에게도 흥행은 쉽지 않은 과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에게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실패 역시 반복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실패로부터 학습을 했음을 의미한다. 흥행에 실패한 경우, 이 작품은 왜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는지 분석하고 다음 작품을 쓸 때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뜻이다. 천부적인 글 솜씨를 가진 셰익스피어에게도 4할을 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늘 분석하고 대비했던 것이다.

일리엄 셰익스피어


글쓰기에 있어서의 업 앤 다운 (Up and Down)


셰익스피어도 그러할진대, 우리가 쓰는 많은 글들이라고 어찌 다를 수 있겠는가? 어떨 때는 정말 마음에 드는 역작이 탄생하기도 한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나에게도 글쓰기 재능이 숨어있었구나 뿌듯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어떤 글은 참 퀄리티가 말이 아닌 경우도 있다. 당초 생각했던 것은 이런 콘셉트가 아니었는데, 다 써놓고 보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나조차도 헷갈리는 것이다. 쓴 얘기를 또 쓰기도 하고, 사례라도 든 것들은 글의 주제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부족한 글이 있으면 분석해서 보완하면 된다. 그렇게 두 발 앞으로 갔다가 한 발 뒤로 갔다가 다시 두 발 앞으로 가면서 전진하면 되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쓰는 글임에도 퀄리티가 달라질 때가 많다. 퀄리티가 낮게 나오는 이유는 보통 다음과 같다.


-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글을 쓸 때

- 너무 급하게 글을 쓸 때

- 한 번에 집중해서 쓰지 못하고 중간중간 자꾸 끊어질 때

- 하고 싶은 말들을 무리해서 글 하나에 다 녹이려고 할 때

-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글을 쓸 때

-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이 경우는 글을 잘 쓰기 참 어렵다. 양궁선수가 올림픽 시합 중간에 집에 두고 온 강아지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자꾸 신경 쓰이고, 바람은 거세게 부는 데다가 매너 없는 관중들은 시끄럽게 응원하는 환경이라면 활 쏘기에 집중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을 때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내 글을 주로 읽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맞춰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전통시장 한가운데에 이탈리아 스파게티 집을 차린다면 그 식당은 성공하기 힘들다. 전통시장 상인들이나 주 고객층은 중장년층이 많은데 이들의 맛 취향이 스파게티일 수는 없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마무리하며


글쓰기가 전업이 아닌 사람들이 이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상태에서 글을 쓰기란 참 어렵다. 회사를 다니며 수시로 야근도 해야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들도 돌보고 집안 살림도 해야 한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간신히 글을 쓸 수 있는 게 많은 분들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글쓰기에 대한 꿈만 잃지 않는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다. 글쓰기를 기반으로 전문 강사가 될 수도 있고,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그 분야 전문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금광에서 금 1kg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약 1,250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금광석을 채굴해야만 한다. 금광을 개발하는 지역은 금이 많이 모인 곳일 수밖에 없다. 그런 곳임에도 불구하고 99.99992%의 돌은 버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 글 속에는 금의 함유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글들이 많다. 우리가 쓴 글을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서는 돌 중에 불순물을 제거하고 수정하고 다듬는 작업을 어차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다. 양이 쌓여야 금도 그 양에 비례해서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믿고 열심히 글을 쓰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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