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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머리카락을 긁적이거나 얼굴을 만지시나요?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진 대리는 늘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책상에 앉아서는 늘 다리를 떨고, 회의 시간에는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심할 때는 볼펜으로 머리카락을 꼬고 있을 때도 있다.


늘 손으로 입 주변을 만지고 얼굴을 쓰다듬고 한숨을 내쉬고는 한다. 학창 시절부터 진 대리는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딱히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다. 단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긴장될 때, 답답한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그런 행동이 나타나고는 했다.


진 대리도 이걸 고쳐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러 회의시간에 팔짱을 끼고 앉아 손이 얼굴로 가지 않도록 했고, 긴장을 풀기 위해 심호흡도 하고 물도 마시고는 했다. 그러나 조금만 방심하면 어김없이 부산한 행동이 나타나고는 했다. 그도 고치고 싶지만 잘 되지 않으니 참 답답하기만 했다.




자꾸 머리나 얼굴을 매만지는 이유


유난히 머리카락을 심하게 매만지거나 얼굴을 손으로 만지는 사람들이 있다. 머리를 긁기도 하고 자꾸 가르마를 타기도 한다. 심한 경우는 파마하듯이 볼펜으로 머리카락을 막 꼬기도 한다.

얼굴에 난 수염을 뽑거나 여드름을 짜거나, 콧등이나 입 주변을 만지는 사람, 손톱을 물어뜯거나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숨을 계속 쉬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1. 불안과 긴장 해소를 위해

스트레스, 불안, 긴장감을 느낄 때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어린아이가 불안할 때 손가락을 빠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머리나 얼굴을 만지는 행동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으려는 것이다.



2. 자신감 부족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발표나 중요한 사람과의 만남에서 이런 행동이 자주 나타난다면,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3. 지루함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지루함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여 주의를 환기하려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몸을 비비 꼬거나 시선이 자꾸 문 쪽으로 향하거나 폰을 자꾸 쳐다보는 둥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4. 틱, ADHD 등 선천적인 현상

좀처럼 몸을 잘 고정시키지 못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틱이나 ADHD가 있는 경우,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틱의 경우 자동적으로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며, ADHD의 경우 불안, 긴장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조금만 힘든 상황이 와도 쉽게 이런 행동을 한다.




얼굴이나 머리를 자주 만질 때 나타나는 문제점



1. 나쁜 이미지 형성

주의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다는 인상을 상대방에게 줄 수 있다. 자꾸 부산스럽게 움직여대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한참 일하느라 정신없는데 옆에서 얼굴이나 머리 만지느라 정신없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일하기 참 불편할 것이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같이 일하기 영 불편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리더가 그 사람의 행동을 지적하며 웃음거리로 삼는 경우, 자칫 막 대해도 될 것 같은 쉬운 사람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2. 위생상의 문제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다. 얼굴은 최대한 만지지 않는 것이 피부에 좋다고 한다. 자꾸 얼굴에 난 뾰두라지를 짜거나, 손가락의 거스러미를 뜯어내는 경우 그 안으로 병균이 들어가 곪는 경우가 있다.

자꾸 머리를 긁거나 손톱을 뜯는 것이 위생에 좋은 수가 없다. 수리 손에는 병균이 많기 때문이다. 그 손이 입으로 간다면 어떻겠는가?



바람직한 해결방안


머리 안 만지고, 얼굴 안 만지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 해결되는 문제일까! 그건 절대 아니다. 조금만 신경을 못 써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얼굴을 쥐어뜯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얼굴이나 머리를 만지게 하는 그 원인 말이다.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나를 불안하게 하는 원인을 찾아내자


혹시 팀에서 수시로 나를 감시하고, 건수만 잡으면 혼내는 상사가 있는가? 생전 처음 해보는 낯선 업무라 조마조마한가? 팀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고립되어 있는가? 내가 불안해하고 조바심을 느끼는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


물론 원인을 안다고 해서 이걸 내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업무가 싫다고 당장 이 업무를 그만둘 수는 없다. 나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을 호의적으로 바꿀 수도 없다. 그러나 원인을 안다면 내가 조금씩 변할 수 있다. 충분히 준비해서 보고를 들어간다거나, 내 말투를 고쳐나갈 수도 있다. 일단 내가 편해야 긴장을 안 하게 되기에 원인부터 찾아내야 한다.





2. 그 행동을 못하게 고통을 줘라


다리 떠는 것, 손톱 물어뜯는 것, 눈 계속 깜박 거리는 것 등 내가 어릴 때부터 갖고 온 습관인 경우도 많다.


중학교 때 나는 심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공부할 때만 되면 미친 듯이 손톱을 물어뜯었고 자연히 내 손톱은 남아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열 손가락에 빨간색 머큐로크롬을 발랐다. 학교에 가져 다니며 수시로 발라댔다. 무심코 입에 손을 넣는 순간 아주 짭조름한 맛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 달을 하니 손톱 물어뜯는 습관이 사라졌다.


머리를 자꾸 매만지는 사람이라면 손에 파우더를 바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 손으로 머리를 만지는 순간, 생일날 밀가루 뒤집어쓴 사람 꼴이 될 것이다. 다리를 심하게 떠는 사람이라면 아예 양반다리하고 의지에 앉아서 일하면 다리 떨 일이 없다. 그렇게 그 행동을 못하게 고통을 부여하자.




3. 정신의학과를 방문하자


정신의학과에서 약을 복용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정신의학과는 내과, 이비인후과와 다르지 않다. 가보면 알겠지만 사람들로 늘 바글바글하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꼭 정신의학과를 방문하자. 내가 쉽게 긴장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 훨씬 나아진다. ADHD가 원인일 수도 있다. ADHD는 심한 불안증세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ADHD 약인 콘서타나 아토목세틴을 통해 불안이나 긴장을 낮출 수 있다. 꼭 방문하기를 권한다.




마무리하며


머리를 만지고 얼굴을 비비고, 여드름을 짜고 수염을 뽑아대는 것, 그냥 내 습관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게 심해지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 예전 고시공부할 때 내가 자꾸 머리카락을 만지자 신경 쓰이니 그만해달라고 포스트잇을 붙인 사람도 있었다. 직장에서야 계속 볼 사람이니 대놓고 뭐라고 안 할 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 의지만 가지고는 고치기 어렵다. 반드시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원인을 찾아야 고칠 수 있다.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팀 분위기 때문에, 내가 일을 못해서 주변의 눈총을 받기 때문에 등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원인을 찾아 고쳐나가자. 물론 그 습관을 계속하지 않기 위한 방법도 병행해야 한다.


사람의 이미지는 이런 부분에서 형성되기도 한다. 굳이 지저분하거나 산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꼭 고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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