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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우 과장은 야근이 참 많다. 이놈의 회사는 왜 그리도 야근이 많은 건지.. 그리고 회식자리도 왜 이리 많은 건지..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힘든 나날의 연속이다. 부인과 아이들 얼굴 보기도 힘들다. 그가 퇴근할 때면 이미 이들은 곤히 자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만 오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양말은 휙 방구석에 던져 버린다. 그리고 입었던 옷도 방 어딘가에 던졌다. 샤워도 하고 양치도 하고 재활용 쓰레기도 갖다 버려야 하는데.. 모든 것이 다 귀찮기만 하다. 그렇게 누워서 폰만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부인의 볼멘소리가 들린다.


"양말이며 옷이며 이게 다 뭐야? 내가 바닥에 입었던 옷 널브러뜨리지 말라고 했잖아. 그리고 하루 종일 밖에서 입은 옷 제발 이불 위에 올려두지 마. 그거 내가 싫어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우 과장은 머리만 긁적일 뿐이었다.





남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이유


인간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하면 된다.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하나 또 있다. 그것은 '남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남이 좋아하는 행동을 많이 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백 번 잘하는 사람이 한 번 못하면 상대는 실망하게 된다고 한다. 사람은 참 간사해서 그동안 잘해준 것은 기억을 잘하지 못한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아프게 하고 속상하게 한 것은 잊지 못한다. 가해자는 기억 못 해도 피해자는 평생 기억한다는 말이 여기에서 생긴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내가 겪는 하나의 고통의 크기는 내가 느끼는 열 개의 기쁨의 크기와 맞먹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사람은 자기가 느끼는 고통에 대해 큰 가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참 중요한 것이다.




직장에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주요 행동들


사람마다 싫어하는 행동들이 다 있기 마련이다. 누구나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그 가치관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이 일할 때 보이는 모습에 대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직장에 있으면서 몇 가지 전형적인 패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행동들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이 행동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1. 확실하지 않은 사실 단정해서 말하기


잘 모르는데도 마치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단정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짓말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문제는 불확실한 것을 이야기 함으로써 혼란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영업사원들 회식 후 대리운전비도 회사돈으로 지원되나요?"

"네.. 지금 협의 중인데 아마도 지원될 것 같아요"

"네! 다행이네요"


한참 논의되고 있는 대리운전비 지원을 마치 다 결정된듯한 뉘앙스로 말하면 곤란하다. 이러면 지원된다고 상대방은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마치 결정된 것처럼 말해버리면 오해가 생기게 되고 이는 큰 불신으로 이어진다. 리더들 중에는 이 부분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





2. 똑같은 것을 자꾸 물어보는 것


사오정 같은 유형이다. 분명히 지난번에 다 알려줬는데, 이 사람은 모르는 것 같다. 똑같은 것을 계속 물어본다. 두 번 물어보는 것도 아니다. 세 번, 네 번 반복된다. 내 발음이 안 좋은 것일까? 그 직원의 청력이나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자꾸 물어보는 것은 의지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한 번 물어본 것을 잘 기억하는 방법은 이미 여러 번 알려드렸으니 그 방법을 활용하자 (기억 안 나는데요? 이러면 나도 곤란하다..)


이전에 알려드린 방법인, 1. 내 언어로 정리하여 다시 물어보기, 2. 그 사람 말을 속으로 되뇌어가며 따라 하기를 활용하면 자꾸 물어보지 않고도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다. 바쁜데 자꾸 물어보게 되면 일단 상대방은 짜증이 난다. 내가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는 생각에 무시당했다고 느끼기 십상이다.


이 부분을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특히 조심하자.





3. 바쁠 때 혼자 빠져나가는 것


중요한 일이 생겼다. 당장 내일 정오까지 보고해야 한다. 팀원 전체가 달려들어 과거 자료 찾아가며, 보고서를 한 땀 한 땀 만들고 있다. 자정 전에 퇴근하기는 틀린 분위기다.


그런데 강 대리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진 과장은 아이가 집에 혼자 있다는 이유로 슬며시 퇴근해 버린다. 물론 머리로는 이해가 간다. 아픈데 도리 없지, 육아가 쉽지 않지 수긍이 간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매 번 이런 식이다. 그러면 회식 때도 집안일 내세우며 빠져야 하는데 술 마시고 노는 자리는 잘만 참석한다. 육아도 힘든 일이 있을 때만 선택적으로 발생하는 핑곗거리만 같다.


이기적으로 힘든 일 기피하는 사람들을 특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많거나 집단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이런 특징은 더 심하다.




4. 빨리 처리하지 않고 미적미적 대는 것


안 대리에게 분명히 일 시킨 자가 엊그제인데 도대체 결과물은 언제 보여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초안이라도 얼른 갖고 오면 좋을 텐데 중간 보고도 없다. 가뜩이나 성격 급한 신 팀장은 안 대리를 부른다.



"엊그제 시킨 신규 대리점 매출액 자료는 도대체 언제 가져올 거야? 중간보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이건 100퍼센트 안 대리의 잘못이다.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지 미리 물어보고 수시로 중간보고를 했어야 했는데 그걸 안 한 것이다. 직장 상사 중에는 성격이 급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빨리 말하지 않으면 독촉이 바로 들어온다. 이걸 무시하고 내 페이스대로 느릿느릿하게 되면 눈 밖에 나게 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 안 하는 방법


그렇다면 직장에서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와 함께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1.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 파악하기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사람마다 유난히 싫어하는 행동들이 있다. 나의 경우는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거나 아무 데나 킥보드를 세우고 담배 피우고 침을 바닥에 뱉는 등 공중도덕을 위반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쫓아가서 큰 소리로 혼을 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내가 키가 크고 근육질 체형인 영향도 있었겠지만, 내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기에 상대방은 대부분 별소리를 하지 못했다.


사람마다 유난히 싫어하는 행동들이 있다. 특히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싫어하는 행동은 무엇이 있는지 꼭 파악하자.




2.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내가 피곤한데 누군가가 계속해서 말을 걸면 짜증이 난다. 당장 팀장에게 깨지고 나서 신경질 나는데 누가 다가와서 떠들어대면 누가 좋아할까? 상대방이 지금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보자. 내가 힘들고 짜증 날 때는 그저 혼자 있고 싶어진다. 괜히 누가 위로랍시고 이 말, 저 말하면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된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말, 싫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대체로 내가 듣기 좋아하는 말은 상대방도 듣기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말은 상대방도 싫어하는 법이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말자.




3.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자


처음 친해지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한 번 물어보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느낌으로 알아내는 수도 있지만, 정확하게 알려면 물어보는 것이 제일 좋다. 갑자기 물어보면 제대로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올 수 있는 말이라면 이건 상대방이 엄청나게 싫어하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나는 약속시간에 수시로 늦는 행동이 싫어요"

"화가 나면 습관적으로 욕 하는 사람이 싫어요"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싫어요"


이런 말이 나온다면 이런 행동들을 특히 조심하면 된다.




마무리하며


용에게는 목 주변에 거꾸로 삐져나온 비늘이 있다고 한다. 이걸 '역린'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온순하고 착한 용이라도 이 역린을 누가 건드리게 되면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을 공격해서 죽이고 만다고 한다.


사람에게도 누구나 자기만의 역린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수 만 가지의 역린이 있겠지만, 그 교집합을 찾아보면 의외로 몇 개로 모인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대체로 다 싫어하는 행동들이 있는 것이다. 특히 직장의 경우는 더 그러하다.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는 전형적인 것들이다. 축구에서 통용되는 유명한 격언을 항상 떠올리며 득점하는 것보다 실점하는 것을 줄이는데 더 신경 쓰도록 하자.



"득점을 많이 하는 팀은 많은 관중을 불러오고, 실점을 적게 하는 팀은 많은 승리를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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