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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만 되면 우울하신가요?(월요병)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염 대리는 회사 출근하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 회사 가는 게 좋은 사람이 지구상에 과연 몇 명이나 있겠냐마는 그는 회사 가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회사에는 늘 그가 하는 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다른 팀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그를 질책하는 사나운 팀장이 버티고 있다. 그 밑에서 팀장과 연합하여 염 대리를 같이 공격하는 변 차장도 너무나 싫기만 하다.


일요일 오후만 되면 우울증 수치는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한다. 식욕도 떨어지고 뭘 해도 별로 재미가 없다. 일요일 저녁이 되는 순간 그 정도는 수직 상승한다. 한숨이 저절로 나오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을 정도이다. 월요병을 지독히 심하게 앓는 염 대리이다.


친구들은 그를 위로한다. "회사일이 즐거우면 내가 돈 주며 일하지. 힘들고 어려우니까 회사에서 돈을 주는 거 아니겠어?" 그러나 그는 너무나 힘들기만 하다. 일이 힘들다기보다, 그를 괴롭히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이 너무나도 싫다.


그렇게 염 대리는 월요일 아침 터벅터벅 도살장에 끌려가는 듯한 기분으로 회사로 발걸음을 향한다. 운석이라도 갑자기 떨어져서 회사 건물이 무너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요일 저녁에 나타나는 증상들 (PTSD와 유사)


유독 일요일 저녁만 되면 우울증을 심하게 겪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 설명했던 염 대리처럼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이 내 마음과 생각을 지배하는 것이다. 티브이를 봐도 재미없고, 친구들을 만나도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심한 경우는 잠도 잘 오지 않는다. 회사에서 벌어질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넋을 잃고 그 생각에 빠져들게 되기도 한다. 좀처럼 회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PTSD와 유사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의미하는 증상이다. 전쟁이나 테러, 사고 등 극심한 공포를 체험하면서 생명이나 신체에 큰 위협을 경험하게 되면 그 기억이 지속된다.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 것이다.


회사에서 심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이 PTSD증세와 유사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머릿속에서 회사에서의 공포와 스트레스가 떠나지 않고 계속 비구름처럼 머리 위를 떠다니게 된다. 이는 내 삶을 갉아먹게 된다. 마치 전쟁터에 다시 나가야 하는 병사가 느끼는 공포처럼, 이들은 회사 출근 전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힘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일요일이 힘든 이유


취업준비생 시절을 생각해 보자. 그때 면접 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이 회사에 감사하며 뼈를 묻겠다는 자세로 일하겠습니다!"


그게 빈말이었던 아니건 간에 내가 모든 열정을 다 바쳐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생각 자체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열정이 사라지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1. 업무 관련 스트레스


- 과도한 업무량과 독촉: 처리하기 벅찰 만큼 일이 많거나 야근이 잦은 경우, 번아웃(Burn Out)이 오게 되고 심신이 지치기 쉽다. 끊임없이 높은 성과를 요구하고 사람을 압박하고 쥐어짜는 분위기는 이러한 현상을 더 심화시킨다.

- 일에 대한 불만족: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나 가치를 찾기 어려울 때 역시,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출근이 더욱 힘겹게만 느껴진다.




2. 인간관계 스트레스


- 상사, 동료와의 갈등: 직장인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소통이 잘되지 않는 경우, 또는 '가스라이팅'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 무시당하는 느낌: 내가 하는 의견이나 노력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자존감이 낮아지고 회사에 대한 애정이 사라질 수 있다.




3. 개인적인 어려움


- 긴 출퇴근 시간: 매일 반복되는 긴 출퇴근은 체력 소모가 크고,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부담감: 휴일에도 회사일을 계속해야 하거나 업무 관련 연락을 받아야 하는 등 온전히 쉬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월요병이 더욱 심해지게 된다.




바람직한 극복방법


직장인들 대부분은 일요일 저녁이 되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기분이 적정선을 넘어 "죽고 싶다", "너무 괴롭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이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회사 생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현재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방법과,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나누어서 접근하고자 한다.



1. 현재 기분을 좋게 하는 방법


(1) 집 밖으로 나가기

혼자서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떠오르게 된다. 신나고 기쁜 일이 과연 떠오를까? 절대 아니다. 내일 회사에서 할 일, 팀장이 짜증 낼 일, 실수했던 거 수습 방안, 이메일은 몇 통이나 쌓여 있을지 등등 회사 관련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집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정처 없이 걷자. 집 앞 안양천이어도 좋고 보라매공원이어도 좋다. 어차피 고민해도 해결될 것이 아니면 집 밖으로 나가 시간을 보내자. 일요일 저녁 야구나 축구 경기를 직접 가서 관전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2) 월요일 저녁시간에 보상을 주기

짜증 나고 힘든 월요일을 무사히 마친 나에게 보상을 주자. 족발이나 피자, 양꼬치 아니면 뿌팟봉카레, 팔락 파니르 같은 특별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괜찮다.


매일 먹는 참치캔, 된장찌개 말고 특별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다. 이러면 월요일이 마냥 짜증 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월요일만 넘기면 맛있는 요리가 나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할 것이기 때문이다.




2. 근본적인 해결방법


만일 회사 가기 싫은 것이 누가 괴롭히는 사람이 있거나 직무가 너무나 맞지 않는 등의 문제 때문이라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이가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아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찾아내서 학폭위에 신고하고, 아이를 그 집단과 분리시켜야만 한다. 그저 학교 잘 가라고 게임기 사주고 놀이동산 데려가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회사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는 이미 이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해결책을 많이 소개드렸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괴롭히는 리더나 동료가 있을 경우 : 단체 채팅방 대화 내용을 캡처하고 대화내용을 녹음해서 날짜 별로 정리한 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것


- 직무가 맞지 않을 경우 : 면담을 통해 업무 분장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하자. 만일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팀을 옮기거나 이직을 고려해 보자. 사이즈가 맞지 않는 신발을 오랫동안 신고 있으면 발병 난다. 발이 이상하게 변형되면 그때는 맞는 신발 찾기도 힘들어진다.


- 출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경우 : 편도 1시간은 절대 넘기지 않는 것을 추천드린다. 편도 6시간, 1시간 30분 걸리는 회사를 다니다가 50분 걸리는 회사로 옮겼을 때 삶의 질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출퇴근 길에서 시달리며 허비하는 시간이 쌓이면 상당히 크다. 일단 사람이 지치게 된다. 가족들의 양해를 구해 이사하거나 아니면 직장을 옮기는 것도 고려해 보자.




마무리하며


월요병은 영어로 Monday Blus 또는 Mondayitis라고 불린다고 한다. 우울한 월요일 또는 월요일의 염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월요일 출근을 생각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짜증이 나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 같다.


그러나 그 감정이 단순한 짜증을 넘어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힘들다면 이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 정도까지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내 회사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월요일 저녁에 먹을 맛있는 메뉴를 미리 정하거나, 일요일 저녁에 집에 있지 말고 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만일 직장 내 괴롭힘이나 직무가 맞지 않는 경우, 출퇴근 길이 너무나 먼 경우에는 그 문제를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자. 암이 있다면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지, 비타민을 먹고 수액을 맞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인 '브레드 이발소'에서 우유 윌크가 자주 부르는 노래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늘은 즐거운 월요일! 한 주가 시작되는 날!
오늘은 즐거운 월요일! 열심히 일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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