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배우는 교훈
앞선 글에서 수나라의 113만 대군이 고구려군에게 허망하게 패배한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결국 본인들이 자초한 불행이었다. 병사들 각자에게 석 섬(50kg)에 해당하는 식량을 직접 들고 가라고 지시한 데서 이미 패배는 예고되어 있었다.
사람은 눈앞에 닥친 힘든 것을 먼저 생각하는 법이다. 당장 허리가 부러지고 어깨가 빠질 것만 같은데 이 쌀이 없으면 미래에 내가 굶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식량을 몰래 땅에다가 버리고 만 것이다.
이걸 개인의 연약함이나 어리석음 탓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런 연약함을 드러내게 만든 수나라 황제와 장수들의 잘못이 근본 원인이다. 회사에서도 과도한 업무 때문에 팀원들이 나자빠지든 말든 일을 계속 던져주며 채찍으로 후려갈기는 못된 리더들이 있다. 이런 리더 밑에서 일하게 되면 결국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는지 알아보고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
백 차장은 팀의 차석이다. 팀장 밑에서 팀원들을 관리하는 위치인 것이다. 백 차장은 가족들과 대화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늘 집에 들어오면 자정 무렵이다. 이미 가족들은 곤히 잠들어 있다.
너무나 졸리다. 빨리 벌렁 누워서 자고만 싶다. 그런데 일이 아직 안 끝났다. 상무는 내일 출근하면 바로 볼 수 있게 보고서를 이메일로 보내 놓으라고 한 상태이다.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하면 보고서가 튀어나오는 줄 아나보다. 백 차장은 상무를 도깨비방망이로 마구 때려주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백 차장에게 쏠리는 일이 너무나 많다. 팀장이나 상무는 일을 벌이는 데는 아주 선수들이다. 우리 팀이 할 일이 아닌데도 광 팔아볼 생각에 무작정 막 물어온다. 그리고는 팀원들에게 뿌려댄다. 그래놓고 생색은 자기들이 다 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그 말이 딱 들어맞는다.
최근에는 책상에서 코피를 콸콸 쏟은 적도 있었다. 5분 전에 받은 전화인데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다 보니 신입사원이 저지른 실수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너 이 따위로 일하고 월급 받을 생각 하냐?" 이런 인신모독성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늘 커피를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속이 늘 더부룩하기만 하다.
오늘도 보고서만 3개를 썼다. 좀 적당히 하지 이건 이래서 마음에 안 들고, 저건 도표 디자인이 이상하고 온갖 트집 잡느라 여념이 없다.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너님들이 직접 만드시지요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오른다. 오늘도 퇴근길에 로또를 1만 원어치 사서 들어간다. 내가 로또 1등만 되면 그날로 사표 쓰고 회사 나간다 결심한다. 물론 이 결심은 한지는 10년도 훨씬 넘었지만, 로또 1등은 감감무소식이다. 이번 생은 망했나 보다.
앞서 소개드렸던 백 차장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들리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다. 아무리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일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늘어나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렇게 일에 파묻혀서 지내게 되면 사람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중한 업무량이 미치는 악영향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속적인 압박과 만성 피로는 에너지 감소, 두통, 수면의 질 저하 등을 유발하며, 심장병이나 뇌혈관 및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 직장 스트레스를 음주나 흡연으로 해결하려고 할 경우, 몸은 더 빠르게 망가지게 된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꾸 아프게 되고 병원에 가는 날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나 수면부족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가족들에게 그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참 까탈스럽고 고약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어 인간관계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직원들의 집중력과 업무 효율이 떨어져 실수가 잦아지게 된다. 일을 완벽하게 한다기보다는 그냥 쳐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퀄리티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늘 시간이 촉박하기에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기만 하다. 사고의 위험을 폭탄처럼 늘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벌여놓은 일은 많지만 정작 제대로 완결 짓는 일은 많지 않다. 가뜩이나 시간이 없는데 팀원과의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리는 없다. 소통이 줄어들고 갈등이 늘어나게 된다.
'조용한 사직'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직원들은 결국 탈출을 모색하게 된다. 특히나 지금 일하는 직장이 대기업이 아니라면, 지금보다 더 네임밸류 있고 근무환경이 좋은 회사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특히나 젊은 직원들은 회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하려고 하지 않기에 이직을 더 많이 결심하게 된다.
이로 인해 회사는 인재 유출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된다. 새로운 인력 채용 및 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다. 내가 이 조직을 바꾸기는 쉽지 않으니 각자도생 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내가 조직문화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날아오는 화살을 그대로 다 맞지 않고 방패로 최대한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막아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렇게는 절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반드시 상사에게 이야기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업무, 그렇지 않은 업무를 명확히 정하자. 그게 힘들다면 인원 충원이라도 요청해야 한다. 부서 모든 짐을 내가 짊어지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평가는 좋게 나올 수 있겠지만, 몸과 마음이 병들게 되어 더 큰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특히나 상명하복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상사의 지시에 쉽게 반기를 들지 못한다. 새로운 업무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무조건 "예스"라고 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이 업무를 지금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달하자.
무조건 No라고 말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자. "이 일을 하려면, 현재 하고 있는 A 업무의 마감 기한을 다음 주로 조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와 같이 대안을 제시하자. 리더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내 뜻도 관철시킬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가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해서 일에 치이고 있을 수도 있다. 남들은 1시간 만에 해내는 일을 2시간 걸려 끝낸다면 이 사람은 객관적으로는 일이 많지 않은데 혼자서 일이 많아서 치여 사는 것이다. 업무 처리 방식을 개선하여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각개전투 방식으로 일을 잘게 쪼개서 하나씩 해치우는 것이다. 부담스러운 큰 업무는 작은 단계로 쪼개어 관리하면 막막함이 줄어들고 진행 상황 파악이 쉬워진다. 높이 1950미터의 지리산을 하루 동안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엄두가 안 나지만, 중간중간 지역을 정해서 하나씩 시간 안에 정복하겠다고 결심하면 부담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
일을 중요도/긴급도로 나누어서 중요도나 긴급성이 낮은 업무는 다른 팀원이나 후배에게 위임하자. 잘 시키는 것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적절하게 일을 위임하여 내 부담을 줄이는 요령이 필요하다.
포모도로 기법(25분간 집중해서 일하고 5분간 휴식)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할 때 딱 25분간 확 집중하고, 5분 간은 폰도 보고 화장실도 다녀오며 릴랙스 하는 방식이다.
고문 중에 가장 가혹한 고문 중 하나는 잠을 못 자게 하는 것이다. 사람은 단 3일만 잠을 자지 않아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게 된다. 3일만 못 자게 되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모든 것을 자백하게 된다고 한다.
그만큼 수면 부족이 미치는 악영향은 매우 크다. 하루 종일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며, 면역력이 떨어져 온갖 잔병을 달고 다니게 된다. 판단력이 떨어지게 되고, 집중력 부족으로 실수가 늘어나게 된다.
업무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정해진 시간에 칼퇴근하자. 상사에게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일찍 퇴근해야 한다고 하고 그날은 폰도 무음으로 하고 나만의 시간을 갖자. 맛있는 저녁도 먹으면서 청계천의 등불축제도 보고 낙산공원에서 서울의 야경도 보는 것이다. 그렇게 고생한 나에게 보상을 허락하자.
리더에게 업무량을 줄여달라고 부탁도 해봐도 들은 체도 안 하고, 일주일에 이틀만이라도 일찍 퇴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면 그 조직은 떠나는 것이 답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그 팀에서 그렇게 굴러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부귀영화를 누리기 전에 내 몸과 마음이 먼저 망가지게 된다. 가족들과도 소원해지고 내 삶도 없어진다.
그런 조직은 떠나자. 이직을 고려해 볼 수도 있고, 팀을 옮길 수도 있다. 이렇게는 도저히 더 일 못하겠다고 리더에게 큰소리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많은 조직들은 최근 다면평가를 도입하고 있고 조직문화 지수를 평가받고 있다. 팀원들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강경책을 써보는 것도 고려해 보자.
만약에 수나라 황제 양제가 30만의 별동대에게 직접 식량을 지고 가라는 바보 같은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고구려가 아무리 동북아시아의 강자였다고 해도 수나라 정예부대를 상대하기는 벅차기 때문이다.
천 년 뒤, 병자호란 때 청나라는 조선을 공격하면서 식량 부대를 같이 딸려 보냈다. 식량 걱정 없던 청나라는 마음 놓고 남한산성을 공격할 수 있었고, 결국 조선은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치욕스러운 항복을 하게 되었다.
직장인도 마찬가지이다.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힘을 다 빼놓게 되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간단히 구두로, 이메일로 보고하면 되는 것을 PPT로 화려하게 꾸며서 보고하게 하는 것, 우리 팀 일 아닌데도 자기 광 팔아볼 생각에 덥석 물어와서 팀원들에게 던져놓고 가는 리더들이 참 많다.
이렇게 별 것 아닌 일을 자꾸 별 것으로 만들어버리면 팀원들은 빠르게 지치게 된다. 팀원이 로봇이 아닌 이상 언제까지 참고 견뎌가며 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퇴사나 병가, 육아휴직, 부서 이동으로 하나둘씩 떠나가게 된다. 리더의 평판은 떨어지게 되고 결국 자기 발등 찍는 행동이다.
과도한 업무가 주어지게 되면 못하겠다고 이야기하자. 직설적으로 말하지 말고, 양해를 구하고 기한을 늦추거나 후배들에게 업무를 분담하자. 도저히 못할 업무는 이건 지금 못하겠다고 이야기하자. 그렇게 말했는데도 계속 강요한다면 그 조직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과감하게 다른 곳으로 떠나자.
과중한 회사일 때문에 어깨가 축 늘어지고, 피로에 찌든 직장인이 이제는 없었으면 한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