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는 당신의 솔직한 모습
1.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는 상태이거나
2. 늘 바쁘지만 단순 반복 업무 위주로 수행하고 있거나
나는 항상 바빴다.. HRD 교육 담당자로 근무할 때 항상 바빴다.
승진 발표 직후에는 승진자 교육을 진행하고, 신입, 경력사원, 입사 직후에는 온보딩 교육하고, 그때마다 교재 명찰, 출석부 제작하고 멀리 있는 연수원까지 이동해서 며칠씩 숙박해야 했다.
몸과 마음이 지치는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평가를 받게 되면 중간 수준의 등급밖에 받지 못하였다.
인사 업무 특성상 사람 만나서 네트워크 형성하는 게 중요하고, 늘 야근도 해야한다.
그러나 나는 이 둘을 다 싫어하다 보니 눈 밖에 나게 되었다.
자연히 핵심 업무가 잘 주어지지 않았다.
기획이나 보고 등 핵심 업무 수행 경험이 적어지다 보니 자연히 내 경력에는 내세울 것이 많지 않게 되었다.
속칭 잡무라고 불리는 비용 처리, 교육, 행사 준비 등만이 나에게 몰리는 것이었다.
이 업무들을 하면서 자주 들었던 생각은 지금은 내가 30대라 괜찮을 수 있어도 40대 중반 이상이 되어서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물론 내가 지금 입사 3년 차 이내 사원급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단순/반복 업무들도 신입 단계에서는 수행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기본기가 생기고 기초 체력이 다져진다.
그러나 내가 5년 차가 넘었음에도 단순/반복업무 위주로만 수행하고 있다면 직장에서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쯤에서 뻔한 질문 하나를 하고자 한다.
직장에서는 왜 일을 잘해야 할까?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이다.
직장이 나에게 급여를 제공하니 나는 직장의 노동력을 제공한다고 그 외에도 칸트의 정명 정신, 일본의 모노스쿠리 등 직업 정신을 강조하는 많은 대답들이 나올 것이다.
나는 틀에 박힌 정답보다는 현실적인 답변을 드리고자 한다.
일을 잘하지 못하면 우리의 생존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IMF 때 유행했던 사오정 오륙도 이런 단어들을 기억하는가?
45세가 현실적인 정년, 56세까지 일하면 도둑이라는 유행어였다.
(더 스쿠프 기사에서 발췌)
지금 전 세계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중국의 경기 침체 등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노령화 시대에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많은 제조업, 금융권 대기업들은 희망퇴직 규모를 늘려 인력을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직장이 내 몸에 맞는 옷인지 아닌지 불평하는 것은 사치이다. 나가서 생존할 자신 없으면, 직장에서 안간힘을 써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일에서 가치를 찾고 자아를 실현하고 이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들의 생존을 위해 직장에서는 일을 잘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을 잘할 수 없다면 적어도 중간 수준까지는 해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일 못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는 남들만큼은 일해야 한다. 나는 그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만화 '미생'에서 발췌)
앞에서는 일을 못하면 직장 내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을 말했다.
그 외에도 많은 어려움들이 뒤따르게 된다.
우선 동료들과 친해지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사람들은 다 안다.
누가 일을 잘하고 누가 잘 일을 못하는지,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일 잘하는 사람들에게 몰리게 된다.
입장을 바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괜히 일 못하는 사람이랑 어울리면서 나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고 싶은가 주류에 섞이고 싶은가?
동료들과 친해지지 못하면 직장 내 고급 정보들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진다.
동료들이 모이면 누가 다음 팀장으로 오는지, 부서 개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올해 성과급은 얼마가 나오는지 등 많은 정보들을 듣게 된다.
그러나 그런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면 직장 돌아가는 소식에 깜깜이가 된다.
당장 내가 다른 부서로 가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도 정작 나는 모르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급하게 도움을 청해야 할 때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할지, 당장 어떻게 그 사람을 설득할지 막막해지기만 한다. 이는 일 처리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되고, 빠르고 정확한 일 처리를 막는 원인이 된다.
즉 내가 아무리 정신 차리고 일을 잘하고 싶어도 주변 환경은 점점 더 내가 일을 잘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게 된다. 제대로 일을 잘 못하는 경우 팀장이나 선임 직원에게 자주 꾸중을 듣게 되고, 이는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된다.
이 경우 자기 의견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늘 눈치를 살피게 되고, 괜히 쓸데없는 소리 했다가 혼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게 되기에 매사에 소극적이고 자기 주장이 약한 사람으로 비춰지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하지만 결코 중간도 가지 못하는 것이 직장 생활의 현실이다.
이게 현실이다.
사람들이 40대가 되면 쉽게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이다.
나는 회사에서 일 못하는 사람으로 힘든 인생을 살았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그 고통을 제발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