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 대처 방법은?

직장에서 나를 지켜내자

by 보이저

나는 손톱 물어뜯는 습관이 있다. 5살 때부터 이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손톱 물어뜯기 습관을 고치기 위해 별별 방법을 다 써 보았다. 손톱에 쓴 약을 발라보기도 하고, 손톱 물어뜯는걸 걸릴 때 마다 100원씩 벌금으로 내기도 했다. 그러나 쉽게 그 버릇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타협을 했다. 열 손가락 중 딱 한 손가락의 손톱만 물어뜯는 것이다.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다. 나머지 9개 손가락 손톱은 유지하면서 오직 오른손 세번째 손가락 손톱만 물어뜯는 것이다.


손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손톱 물어뜯기 욕구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절충안이었다.





직장에서 나만 괴롭히는 사람이 있나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상냥하게 잘 대하는데 유독 나에게만 쌀쌀맞고 못되게 대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본래 남을 괴롭히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습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는 차마 그 습성을 드러내기가 어렵다. 보는 눈도 많고 그렇게 마음대로 행동하다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


마치 열 손가락 손톱 중에 한 손가락 손톱만 집요하게 물어뜯는 것처럼 이들은 직장에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와 남을 괴롭힘으로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충족하려고 한다.




일 못하는 사람이 희생양이 되는 이유


희생양이란 무엇일까? 영어로는 스케이프 고트(Scapegoat)라고 한다. 내 죄를 대신해서 죽는 염소를 의미한다. 구약 시대에는 내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희생 제사가 필요했다. 소나 양, 염소, 비둘기를 희생시킴으로서 내 죄를 회개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희생양은 누가 될 것인가?


정답은 간단하다. 일 못하는 사람이 된다. 평소에 눈총받고 소외되는 일 못하는 사람들처럼 희생양 삼기 좋은 만만한 존재가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자.


로마시대 네로 황제 때 로마 시내 1/3을 태운 대화재가 있었다 (일설에는 네로가 일부러 저질렀다는 말도 있다) 로마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고자 당시 미움 받던 기독교인들이 표적이 되어 학살당하고 말았다.


중세 시대에 흑사병이 창궐할 때는 자기만의 문화를 고집하여 갈등을 빚어 오던 유대인들이 악마로 매도되어 학살당하였다.




부서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뭔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일을 못하는 사람을 희생양이 되기 쉽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 못하는 사람이 실수하거나 뭔가 일을 잘 하지 못하면 여론몰이를 하게 된다.


여기에서 벗어나기는 참 쉽지 않다.


'침묵의 나선 이론' 이 있다. 일단 목소리 큰 사람들이 여론을 만들어버리면,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침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괴롭히는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그 분위기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다. 희생양이 된 사람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임원이나 팀장이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진 경우, 자기 사단을 거느리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플라잉 몽키(Flying Monkey)' 라고 불리는데 조직의 이익을 독점하면서 나르시시스트 상사와 일심동체가 되어 희생양을 주도적으로 괴롭히게 된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상황을 벗어나기는 참 쉽지 않다. 그럼 일을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물어보는건 순진한 생각이다. 이미 그 조직은 내가 일을 잘하는걸 바라지 않는다. 계속 일을 못해서 영원히 희생양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제대로 된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고, 늘 비아냥거림과 따돌림만 가득한 환경 속에서 더 위축되게 된다. 사람이 위축되면 더 긴장하고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실수가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다음 방법을 추천드린다. 나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고민했던 것들을 하나씩 알려드리고자 한다.




이 글 쓰기 전에 직장 내 괴롭힘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검색해 보았다. 직장 내 괴롭힘 법이 있어서 법률 관련 대처방법을 알려주는 것들이 많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회사 내 신고나 행정기관 신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정말 최후의 수단이다. 내가 더 이상 이 회사를 다니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을 때 쓰는 방법이다.


나는 인사팀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들을 접했는데, 신고까지 이어졌을 때 피해자가 계속 회사에 남아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만큼 직장 내 괴롭힘은 주홍글씨가 되어 피해자를 옭아매게 된다.


만일 신고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아래 방법을 추천드린다.


1. 꼭 기록으로 남기자


결국은 증거 싸움이다. 내가 당했던 일들, 겪은 일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나가자. 녹취도 필요하면 하자. 요즘은 핸드폰 말고 만년필 형태로 생긴 녹음기도 있다. 내가 당한 일들을 다 확보해서 하나하나 정리하자. 이것도 주제 별로 분류해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나하나 내가 확보한 것들을 다시 듣고 기록하는 것은 안중근 의사가 거사 전에 왼손 약지를 자르는 것처럼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다. 그러나 결연한 의지로 꼭 다시 듣고 정리해야 한다.



2. 혼자 싸워서는 안된다. 내 편을 확보하자


결국 같이 싸워야 한다. 나 혼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나처럼 피해를 보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같이 힘을 합쳐서 서로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 공유하자.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각 정당들이 어떻게든 국회의원 20명 이상을 모아서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이 일에도 내 편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ED%9E%98%EC%9D%84_%ED%95%A9%EC%B9%98%EC%9E%90.jpg?type=w773



3. 기다리고 또 기다리자


화가 난다고 홧김에 섣불리 신고해서는 안된다. 분명히 임계치가 있다. 물이 100도가 되어야 끓듯이 그 순간을 기다리자. 물이 70도 밖에 안되었는데 불 끄고 라면 먹으려고 하면 익지도 않은 라면을 먹게 된다. 장담하는데 분명히 그 타이밍이 온다. 정말 이건 신고하지 않으면 안되고, 나에게 유리한 결정적인 순간이 오게 된다.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그 타이밍을 노리자.

적의 기마병을 막을 때 병사들은 두려움에 섣불리 총을 쏘게 된다. 이러면 한 번에 타격을 줄 수 없다. 총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을 때까지 기다린 뒤 한 번에 사격해야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4. 칼을 빼들었으면 인정사정 보지 말고 적을 쳐부숴라


신고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그때부터는 인정사정 보지 말고 달려들어라. 만일 회사 조사가 미흡하다 싶으면 그룹 감사팀이나 언론 제보까지도 각오하고 나가라. 실제 제보하지 않더라도 그럴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라.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자동차를 보게 되면 누구나 다 긴장하게 된다. 싸움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어설프게 싸우면 결국 내가 당한다. 나만 바보되는 것이다. 신고하게 되면 주변에서 많은 회유와 협박이 있을 것이다. 귀를 닫고 자기 길을 가야 한다.

역사 상 망이/망소이의 난, 진주민란 등 많은 반란이 있었다. 그 반란들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살려주고 대우해주겠다는 지배층의 회유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음을 명심해라. 나는 내가 지키는 것이다.

5. 내가 왜 당했는지 명확하게 분석하자


내가 가진 문제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있다. 이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자기 성찰 노트를 작성해보자. 내가 어떤 것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일을 못해서 눈총 받은 적은 없었는지 다 끄집어내서 작성해보자.


내가 가진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개선해야 신고 후 다른 조직에 가서도 다시 실패하지 않게 된다. 내가 신고하는 목적은 괴롭힘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그 고통이 새 조직에 가서도 반복되면 안된다. 꼭 나를 되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쳐나가자.




마무리하며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도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몇 년 전 현대건설 배구선수였던 고유민 선수도 비슷한 일 때문에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끓는 냄비처럼 사회적으로 비판 여론이 형성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진다. 결국 그 피해는 오롯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짊어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상은 넓고 회사는 많다. 그 회사 사람들 때문에 소중한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새 출발할 수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곳에서 달라지려고 하기 보다 탈출을 생각하자.


단, 왜 내가 그런 일을 당한 것인지는 냉철하게 자기 분석을 해야 한다.


내가 만만하게 보인 이유가 무엇인지 자기 성찰 노트에 하나씩 적어보고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아래 글을 참고하면서 하나씩 분석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장담하는데 어떤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면 다른 회사에 가서도 그런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은 대부분 비슷하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 모여 있는데 성향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결국 내 자신은 내가 지켜야 한다. 내가 가진 문제를 꼭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일 못하는 사람에서 꼭 벗어나자. 이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절대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 스포츠에서도 불합리한 이유로 2군에 내려가고 방출되는 선수들은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이다. 핵심 주전들을 그렇게 대우하면 팀 성적이 하락하게 되고 팬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내가 브런치스토리에서 소개하는 방법들이 일못러 탈출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족한 부분도 있고,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나도 15년 간 당해가면서 나름 이 자료, 저 자료 찾아보고 고민하면서 찾은 해결책들이다. 부디 나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08화나는 혹시 에코이스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