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별곡
중국산 삼단 우산
싸구려 술에 취해 어제보다 더 처진 어깨를 하고
건널목을 건너는 중년 가장의 뒷모습이 슬프다.
잃어버릴 새라 낡은 우산 하나 꼭 쥐고 있다면 더욱 슬프다.
숱하게 쏟아질 비, 피할 무기와 여력은
들고 있는 싸구려 우산과 그 우산 넓이만큼.
젖으면 젖어야지
바람 불면 우산 살 꺾이듯 그렇게 꺾여야지....
이것이 중년 가장의 현실이다.
중국산 삼단 우산만큼이나 옹색한 우리네 삶.
그 우산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안고 업고 바짝 붙어야만 겨우 어깨 한족 디밀 수 있는 현실.
가랑비도 버거울 판인 이러한 현실에
폭우라도 내린다면 그야말로 미칠 노릇.
차라리 다 젖고 말자고 내어 팽개친다면 가장으로서 직무유기.
넓은 우산 하나 손에 드는 것이 평생소원인
그 좁은 어깨의 주인공은
우중충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몸으로 말하며
싸구려 중국산 삼단 우산을 손에 꼭 쥔 채 길을 건넌다.
바삐 건넌다.
바지단이 흥건히 젖은 것으로 봐, 한 차례 빗속을 걸었던 것이 틀림없는 일.
아니 한 차례 이상일 게다.
하다 못해 버스라도 타지.
중년의 뒷모습과 삼단 우산.
젖은 바짓단에 내 모습을 겹쳐 투영하는 까닭은 굳이 청승 떨며 현실을 비관하자는 의도가 아니다.
그저 그것이 현실이라는 이야기다.
어제 내가 그랬고 내일 내가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비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