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선이 사용될 때, 면이 필요할 때
나의 스케치 도구는 대부분 볼펜이다. 스케치를 위해서 연필, 만년필, 싸인펜과 같은 소프트 팊, 에딩펜과 같은 하드팊 등 다양한 것이 있겠지만, 나는 볼펜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각각의 펜마다 손맛이 다르고, 또 그리고 난뒤 분위기도 상당부분 다르기 때문에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펜에 대해서는 상당한 편견과 고집이 있다. 그런데 나의 경우 볼펜을 택한 이유가 가장 흔하기 때문이고 가장 저럼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것 저것 고르기 귀찮이서다.
그동안의 채색의 경우 대부분 색연필을 사용해 왔었는데, 이 역시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여서 그랬던 것 같다. 최근 들어서는 작은 녀석이 테이블 위에 학교 숙제를 하다 놓가 나갔던 물감 셋트가 있어 무심히 사용하다가, 점점 사용 횟수가 늘고 있는 중이다.
볼펜이 선을 활용한 표현이라면, 물감은 면을 사용한 표현이라 할까.
선을 사용하며 명암이 있는 면을 표현하는 데 늘 한계가 있어와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선들이 필요했는데, 채색을 하게 될 경우 어쩌면 그러한 일들이 불필요한 일이 될 수 도 있음이 재미나다.
세상사도 그렇지 싶은데 선적인 사고로 부지런히 연결하고 이어서 만들어지는 일들이 있는가하면, 면적인 접근을 통해 동시에 그 일 전체가 만들어 지는 것을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직까지는 채색이 익숙치 않아 그저 최소한의 것을 그것도 최소한의 색상으로 표현해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나위 취향은 단조롭고, 비어있는 것에 있는 듯 싶다. 비어있고, 허전하고 조금 부족한 것이 마음이 더 가니 말이다.
시간이 나는 대로 조금더 공부해 볼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