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도시화와 고립의 탈피
김환기가 그의 작품들마다 표현하고 있는 수많은 사각형 속에 들어앉아 있는 하나의 점들은 아마도 고독한 인간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현대 도시의 풍경이 마치 김환기의 그것과 사뭇 닮았다는 생각은 도시 풍경을 직접 그려보면 훨씬 더 명확해진다. 수많은 사각형들의 중첩 속에 담긴 고립된 개인들은 개성을 가진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대중이거나 혹은 철저하게 고립되어 개성조차 파악할 수 없는 개성 박탈의 존재에 불과하다. 적어도 도시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수많은 사각의 껍질 속에 들어앉아 고립 무언의 상태로 겪었을 그 황망함과 함께 찾아왔을 공포가 일상이 되어 버린 도시의 삶은 차라리 그냥 그러한 대로 살아 내는 것이 답일지도 모를 일이다.
김환기가 그의 작품들마다 표현하고 있는 수많은 사각형 속에 들어앉아 있는 하나의 점들은 아마도 고독한 인간의 모습은 아닐까
이제 시절이 변했다고 한다.
그렇게 고립되어있던 개인들이 여전히 껍질 속에 들어앉아서는 IT기술, 첨단의 통신기술 등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더욱더 깊숙이 들어앉았어도 외부와는 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금의 시절은 더욱더 혼란스럽다. 사이버 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는 또 다른 자아는 현실 속 자아와는 전혀 다를 수도 있으며, 그 가상의 공간 속 인간의 성공(?)을 위해 현실 속 시간 거의 전부를 사용하는 일들도 속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현실에서는 각기 다른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자아가 만들어내는 정체성의 혼란을 일컬어 ‘다중인격장애’ 혹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 라 부른다. 이제 우리는 지금보다 더욱더 가상의 공간 속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고, 가상의 공간 속 생존을 위해 현실보다 많은 다중의 정체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마치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캐릭터처럼 필요와 목적에 따라 만들어질 자신의 모습은 익명이라는 투명망토를 입고 무한의 공간을 전횡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인류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커다란 시험을 치러내야 할 것이고 말이다.
인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될까?
과연 영화 '매트리스'속 주인공 '네오'처럼 가상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을 하나의 영역으로 통합하는 신인류의 탄생을 통해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될까? 그렇지 않다면 더욱더 현실과 가까워진 가상의 공간과 현실 공간을 오고 가며, 각기 다른 자아와 대면하며, 진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