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전자가 팔아치우는 TV 시장의 규모는 전세계 TV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스마트폰 만들듯이 하나 떡 하니 만들면 삼성전자, LG전자 밟는건 개미 밟아죽이듯이 할 것만 같은데 애플은 왜 TV세트 시장에는 얼씬도 안할까요? 그러면서 팔리지도 않는 애플TV는 14년째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얘들 왜 이러는 걸까요?
먼저 글을 작성하기 전에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애플이 망하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맥으로 작성되었고 심지어 저는 얼마 전 M1 맥북마저 사버렸습니다. 언젠가 훌륭한 기업이 나타나 애플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제품을 출시하고 저를 사과 농장에서 탈출시켜줄 그 날이 오길 간절하게 바라면서 글을 작성합니다. 기존 애플 TV 분석 기사와 유튜버 리뷰는 대부분 자료들이 단순 매출 분석이거나 기능 소개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애플 TV 4K를 사용하다보니 생각보다 거대한 담론이 숨어 있다 판단이 되었습니다. 저처럼 기업이 돌아가는 사정을 깊숙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애플이 애플TV를 계속 시장에 내놓는 이유는 단순한 티비 시장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애플의 손가락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리즈로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본 글을 읽으면 좋으실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애플 전망을 예상하고 투자를 고민하시는 분들
애플 기업의 경영 전략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회사에서 써먹을 참신한 리서치가 필요한 분들
애플 TV 4K를 정말 깊숙히 알고 싶으신 분들
리서치가 필요한 대학생들
제가 하이퍼 링크 걸어 놓은 파란색 글씨들은 제 자료는 아니지만 모두 참고하면 좋을 레퍼런스들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그럼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TV의 뷴류나 정의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오랜 시간 기술과 환경이 발전함에 따라 같이 변해왔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집에서 보는 TV는 TV산업계에서는 TV세트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LG, 삼성에서 만드는 크고 평평한 판자같은 TV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왜 애플은 LG, 삼성전자처럼 제대로 된 TV세트를 만들지 않았던 것일까요? 애플 TV 4K 2세대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애플 TV는 왜 셋톱박스의 형태를 띄어야만 했는지 TV 산업 관점에서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애플이 TV 세트를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찌라시가 아니라 인터넷 기사도 나왔을 정도로 공공연하게 언급되는 주제였습니다. 2013년 3월 18일 아이뉴스24 기사 "애플TV세트, 올해 나온다" 지금 찾아봐도 이런 기사가 바로 뜨는군요. 저도 2014년 6월정도에 애플 내부 관계자를 통해 애플이 사내에서 TV 세트를 개발했다가 폐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애플은 진심으로 TV 세트를 만드려고 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심지어 2013년 당시에 애플은 이미 애플은 TV세트와 유사하게 생긴 대형 모니터 제품군을 1999년부터 계속 만들어 왔기 때문에 애플이 TV세트를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애플이 이 디스플레이 모델에 모바일 AP와 iOS를 탑재한다고 생각했거나 대형 아이패드를 만든다고 생각했다면 이 모델을 기본으로 만들고도 남거든요. 즉, 애플이 TV세트를 만들 이유는 외연적으로 분명해보였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끝내 TV 세트를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16년을 끝으로 애플의 대형 디스플레이 제품은 2020년 Pro display XDR이 나올 때까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면 왜 애플은 TV세트를 만들지 않았을까요? 제가 애플 관계자로부터 들은 첫번째 이유는 마진이었습니다. 마진이야기를 깊게 하고 싶지만 애플이 결국 TV세트를 출시한 적이 없고 내부에서 프로토타입만 만들었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에 대한 정보를 지금 외부에서 찾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 프로토타입에 대한 유추를 하려고 대형 모니터 제품군에 대해 분석하려고 해도 애플의 대형 모니터 제품인 썬더볼트 디스틀레이 역시 저조한 판매량 탓인지 공개된 자료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3년형 imac의 비용 분석 자료를 통해 썬더볼트 디스플레이의 재료비를 추론해고 그 재료비를 통해서 애플 TV를 예상하는 조금 복잡한 가정의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썬더볼트 디스플레이 = imac - (CPU, 그래픽카드, HDD, 메모리, 맥OS) + 썬더볼트 단자 + tvOS
27인치 imac 총 재료비: 약 899달러
CPU 관련장치 부품 가격 = imac 전체 재료비 35%
그래픽카드, 메모리 부품 가격 = 총 50달러
썬더볼트디스플레이 = 899달러 - (CPU:315달러 + 그래픽, 메모리:50달러 + 맥OS:?) + 썬더볼트 단자:? + tvOS:?
맥OS 원가와 tvOS를 상쇄하고 썬더볼트 단자를 넣는다고 생각하면 애플의 대형 디스플레이 제품인 썬더볼트디스틀레이는 대략 550달러 정도의 재료비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예상은 애플이 20~40% 정도의 마진율을 유지하는 경향과도 일치합니다. 아마도 애플이 TV 세트를 출시했다면 이 비용구조와 매우 유사하게 출시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이쯤에서 어떤 분들은 999달러에 파는 제품의 재료비가 550달러면 절반이나 남기는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제가 신입사원때 경험한 이야기를 쌀짝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LG TV 연구소에 신입으로 근무하던 시절, TV사업부는 모니터 판매매출을 빼면 매년 적자였고 TV 1대당 예상 마진이 한자리 수였습니다. 정확한 금액을 공개할 순 없지만 실제로 제가 투입된 TV 개발 프로젝트에 재료비로 책정된 금액의 25%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저희 팀장님이 "이 재료비로는 TV를 구동하는데 충분한 재료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불이 켜지지 않는다!"라며 싸우러 회의에 들어가시던 것을 기억합니다. 결국 비용 구조를 맞추기 위해 연구원들이 밤새가며 연구를 했었습니다.
그만큼 TV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숨쉴 틈이 없이 촘촘한 가격 구조를 가지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재료비 55%는 결코 감당하기 쉬운 비용이 아닙니다. 재료비 55%라면 제품을 잘 만들어도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특히 애플은 고급을 지향하고 고마진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세일즈 볼륨까지 추구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입니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을 많이 팔겠다? 그래서 애플 제품은 항상 손닿으면 닿을 수 있는 가격대에 있습니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같은 포지션이 아닙니다. 자동차로 치면 BMW 정도 될까요? 만약 애플 TV세트가 기존의 애플 디스플레이 제품군과 유사하게 출시되었다면 뱅엔울랩슨 TV세트처럼 8000만원에 판매할 수도 없고 저가형 조립 회사들처럼 1인치당 만원으로 승부를 볼 수도 없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무리 삼성이나 LG전자가 플레이하는 메이저 TV세트 시장이 아무리 탐난다하더라고 애플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상황인 것이죠. 게다가 장밋빛 미래를 예상하기엔 이미 썬더볼트 모니터의 판매량이 똥망이었습니다. 혹시나 이 상황을 뒤집을 만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애플에게 있었다면 도전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최신 제품에도 그런 혁신성은 없는걸요. 그러니 당시에 애플 TV세트 개발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하드웨어 장사의 귀재 애플이 포기한 막장 제품군이 바로 TV세트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LG전자나 삼성전자가 이런 진흙탕 싸움은 정말 세계 1위, 2위로 잘하는 겁니다.
두번째 이유는 바로 플랫폼 전략 실현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TV세트 형태가 아닌 지금의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티비는 무려 2007년에 출시했습니다. 무려 출시 14년이나 되었습니다. mac observer의 자료에 의하면 2007년 출시한 1세대 애플티비는 약 60만대 정도를 판매했고 2010년, 2세대는 280만대, 2012년 3세대는 400만대를 판매했습니다. bussiness of apps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현재 사용 중인 애플TV 기기의 대수는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애플은 애플TV에 대해 연속적이고 정확한 판매량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이를 통한 유추를 해야합니다. 분명한 것은 2015년 이후에 애플TV는 북미시장에서 꽤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고 2013년 이전에는 거의 제대로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애플은 고작 600만대 정도의 기기를 판매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러한 저조한 판매량으로는 아이폰에서 성공한 앱스토어 플랫폼 전략을 구현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애플은 아이폰 3GS를 출시했을 2010년 판매와 동시에 1억대 가량이 팔아치웠습니다. 그리고 앱스토어에서 콘텐츠를 공급하는 1인 개발자에게 앱스토어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1억 이상의 고객에게 노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애플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 티비는 반대 상황이었습니다. 애플 TV 플랫폼을 지탱하기 위한 적절한 컨텐츠 공급자가 없었습니다. 앱스토어의 1인 개발자와 같은 역할인 개인 방송은 2013년 당시 아직 품질이 떨어졌습니다. 방송국은 양질의 컨텐츠를 가지고 있었지만 다 더해봐야 연평균 100만 정도의 볼륨인 애플의 장단에 맞춰 컨텐츠를 공급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아이폰으로 통신사 놈들을 무릎 꿀렸던 것처럼 우리가 애플TV로 방송국 놈들을 무릎꿇릴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TV시장에서는 당장 자체 컨텐츠 자체가 없기에 사용자를 모을 수도 없었고 기존 컨텐츠는 전부 방송국 놈들 것이기 때문에 애플은 과감히 비용이 많이 드는 TV세트 제품을 포기하고 저비용으로 장기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셋톱박스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본 콘텐츠는 100% 내돈내산 글입니다.
무단 도용 시 법적 제제를 받습니다. 공개 시점에서 기사와 유사한 컨텐츠가 없는 것을 확인해놓았습니다.
최대한 이성적인 방법으로 테스트하려했으나 장비 및 환경의 한계로 인한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선점을 말씀해주시면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글쓴이: 하선임
이미지: 하선임
집필기간: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