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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pr 11. 2022

4월의 책 <용의자 X의 헌신>

느낌 있는 일상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다. 오늘 아침부터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기 시작했다. 내일 독서토론 도서인데 이제 서야 책을 펼쳤다. 몇 년 전에 읽었는데도 첫 장을 펼치니 새로웠다.


“아침 7시 35분, 이시가미는 평소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연립 주택을 나섰다.”


첫 문장부터 뭔가 조짐이 수상하다. 궁금해서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된다. <픽사 스토리텔링>에서 나온 말대로 이야기는 ‘도입 → 사건 촉발 → 점진적 갈등 고조 → 위기 → 절정 → 결말’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시가미는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일 것이고 아침에 집을 나선다는 건 출근을 하는 남자라는 뜻일 거다. 거주지가 연립 주택이라고 하는 걸 보면 도심 외곽에 조용한 마을일 것이다. 첫 문장을 읽으며 여러 가지가 궁금해진다. 아침마다 어디를 가는 걸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나이는 어떻게 될까? 취미는 무얼까? 차를 타고 갈까? 자전거를 타고 갈까? 혼자 사는 사람일까? 가족이 있을까? 책을 읽는 묘미는 바로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되고 해답을 맞추거나 틀리게 되고 책 속 주인공에 대해 점차 알게 되는 맛이다.


어제 이동 중 차에서 들은 이야기. 사람들이 책을 읽는 행위는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뭔가를 알려고 하는 시도다.’ 이 말을 듣고 나도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서점에서 책을 골라 사는 행위는 다른 물건을 살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말하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아 맞아! 책을 사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부자가 된 기분이 들어. 빨리 책장을 넘겨보고 싶어 설레는 느낌이야. 또 책은 읽고 나도 그대도 있잖아, 변하지 않고. 다른 옷이나 음식은 사용하면 닳고, 먹으면 없어지잖아. 책은 그대로야. 내가 소중하게 읽으면 진짜 새것처럼 있다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유명 작가다. 도대체 이 책이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얼까 궁금해서 5년 전에 나도 읽어봤다.


 ‘사랑한다면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 주는 게 옳다.’ 


따뜻한 이야기에 반했고 지금까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후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책은 모두 추리소설이다. 책을 출간할 때마다 엄청난 인기를 끈다. 특히 젊은 여성 독자들은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열광한다. 그의 책은 우리 집 큰애가 먼저 사서 읽고 나에게 빌려주었다. <신참자>, <용의자 X의 헌신>, <라플라스의 마녀>, <공허한 십자가>,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큰애한테 빌려 읽은 책이다.


히가시노의 책을 읽으면 추리소설이라 책장이 잘 넘어가는 매력도 있지만, 반드시 반전이 있고 감동이 있다. 내일 독서토론 진행은 히가시노의 진정한 팬인 선배님이 한다. 그분은 작년에도 히가시노 책 <공허한 십자가>를 추천해서 재미있고 감동적인 시간을 만들었다.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궁금해진다.


여자들의 책 이야기 <여리 독서 모임>의 진행은 먼저 토론 논제를 회원들이 만들어서 전날까지 제출하면 진행자가 취합해서 공유한다. 회원들은 토론 논제를 읽어보고 생각한 뒤에 토론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책을 이해하고 경청하고 내 생각을 확장한다. 오랜만에 오프 모임을 하게 된 <여리 독서 모임> 4월의 토론 시간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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