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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pr 11. 2022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느낌 있는 일상



최근 읽은 글쓰기 책 <작가의 목소리>에서 저자인 이경 작가님은 이렇게 강조했다.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쓴다.”


맞다. 글을 쓰려면 빈 노트 왼쪽 위에서부터 쓰기 시작해야 하고 오른쪽으로 다 채우면 자연스럽게 아래 줄로 내려가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이 말이 글쓰기 노하우라고 하면 어이없는 일일까? 너무 지당한 말이라 입이 안 다물어졌다.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이 생기고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맘 놓고 표현할 수 있는 시대다. 나 역시 자유로운 마음의 여유를 찾았을 때 좀 써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한 5년 전이다. 어른들의 놀이터라고 자부하는 <숭례 문학당> 온라인 밴드를 지인이 내게 소개했다. 그 속에는 다양한 읽기 모임, 쓰기 모임, 취미 모임이 있었고 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에세이 쓰기 모임을 신청했다. 읽는 건 좋아하지만 쓰는 건 젬병이었던 내게 쓰기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개강 첫날 리더는 우리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왜 쓰려고 하나요? 네? 왜 쓰냐고요? 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읽기만 하고 살았는데 쓰기 모임은 어떤지 막연한 호기심에 신청했는데 이유를 물으니 참 난감했다. 그날 온종일 난 생각했다. 나는 왜 쓰려고 하는가? 나의 하루는 뻔한 직장생활에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단순한 리듬의 반복인데 뭐 쓸 게 있을까? 결국 내가 쓴 답은 그날이 그날 같은 하루지만 흔적을 남기고 싶어 쓴다고 적었다. 이후로 날마다 썼다.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석 달 연속 수강 신청을 했더니 글쓰기에 재미가 붙었다. 내가 쓴 글은 에세이는커녕 일기만도 못한 글이었지만 블로그에 계속 올렸다.


한 2년 동안 계속 에세이 쓰기 반을 수강한 뒤, 3년 차에는 리더가 주관하는 책 쓰기 모임에도 참여했다. 책 쓰기를 목표로 세웠더니 진짜로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25년 차 직장인 이야기를 쓸 것인가, 미술을 전공하는 두 딸의 이야기를 쓸 것인가, 아니면 내가 읽은 책 이야기를 쓸 것인가 고민했다. 결국 난 직장 이야기로 정한 뒤에 그동안 쓴 글모음을 들고 독립 출간 특강을 들었다. 결국 출판사 편집장을 만나서 난생처음 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내 몸의 근육도 사용하면 점점 더 커지는 것처럼 글쓰기도 쓸수록 쓸 거리가 계속 생기고, 나의 <생각 근육>이 점점 늘었다. 나에게 글쓰기란 뗄 레야 뗄 수 없는 내 정신의 근육이 되었다.


작년 연초부터는 모닝 페이지를 시작해서 2년째 쓰고 있으며 지금은 100일 글쓰기를 모닝 페이지 대체품으로 쓰고 있다. 언젠가 출근길에 달리는 차 안에서 나의 글쓰기를 생각해 본 일이 있다. 생각은 번쩍하는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그 생각의 끄트머리를 잡고 계속 달리는 자동차처럼 글을 쓰면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계속 글을 만들 수 있다. 혹여 신호등에 차가 멈추더라도 내 생각의 끄트머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쓰는 것, 쓰면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그것이 나에게 글쓰기가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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