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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pr 12. 2022

잠이 보약

느낌 있는 일상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나도 나이가 들면서 새벽잠이 점점 줄어든다. 코로나 첫해인 2020년 봄부터 난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괜히 잠도 안 오는데 이불속에 있느니 박차고 일어나 움직이자고 다짐했다. 나의 새벽 기상을 도와준 유튜브 영상이 있었으니 바로 미국 변호사 김유진이다. 내가 그녀의 유튜브를 보게 된 건 우연이었다. 큰애가 자가 격리자가 되면서 나도 가족 격리자가 되었다. 14일간 꼼짝없이 집안에만 있어야 했는데 무얼 할까 궁리하다가 우연히 유튜브를 보았고 새벽 기상 영상이 눈에 띄었다.


패턴은 비슷했다. 30대 초반의 그녀는 새벽 4시 반 기상해서 양치하고 책상에 앉아 뭔가를 꾸준히 한다. 어느 날에는 책도 읽고 영상 편집도 하고, 또 어느 날에는 뭔가를 꾸준히 쓰다가 6시가 되면 출근 준비를 한다. 통근버스를 타고 다니는 그녀는 6시 반에 집을 나왔다. 출근하면서 음악을 듣고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점심시간에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도 하고, 근처 서점에 가서 책도 읽는다. 6시 퇴근하면 집으로 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집 안에 있는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하고 스케줄러를 꺼내 하루에 한 일을 크로스 아웃하며 정리한 뒤에 다음 날 할 일을 메모하고 10시쯤 잠이 든다. 그녀는 새벽 기상을 실천하면서 책을 2권 썼고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솔직히 내가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자극을 준 인물 중의 하나가 그녀다.


이 영상을 보고 나도 해봐야겠다 생각한 뒤에 안 쓰던 수첩을 꺼내서 다음날 할 일을 메모하고 새벽 4시 50분 기상 알람을 맞추었다. 평소에 5시에는 일어났으니 10분 당겨서 습관을 들여보자는 생각이었다. 아침 기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알람은 울렸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여하튼 일어나 양치를 하고 따뜻한 차 한잔 준비해서 책상에 앉았다. 맨 처음 한 일은 잠들었던 두뇌를 깨우기 위해 평소 안 읽던 두꺼운 책을 꺼냈다. <조선왕조실록>을 15분간 읽었다. 왕조마다 업적과 가족관계, 그리고 세계정세를 적어 놓은 책이었다. 깨알 같은 책을 읽다가 집중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대략 15분이 흘러갔다. 다음에는 영어 단어 쓰기를 했다. 막내가 고3 때 공부했던 <워드 마스터> 단어 책을 넘기면서 내가 잘 모르는 단어를 수첩에 쓰고 뜻을 썼다. 하루에 10 단어를 채우면 덮었다. 그렇게 해서 정신이 들면 5시 반부터는 책을 읽었다. 독서토론 도서도 읽고 궁금해서 사놓은 책도 읽었다. 6시 반이 되면 출근 준비를 위해 머리를 감고 아침 식사를 했다. 7시 반이 되면 집을 나왔다. 8시 10분 전후로 사무실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카페에 들어가 책을 조금 더 읽고 커피를 마시다가 8시 30분이 되면 사무실로 걸어갔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난 점점 더 일찍 잠들게 되었다.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 한다. 해서 모든 저녁 모임은 9시 이전에 끝냈다. 어차피 코로나로 인해 사적 모임은 중단되었으니 더 잘된 일이었다. 작년 초부터는 새벽에 일어나 모닝 페이지를 썼다. 노트 3페이지를 꼭 써야 했기에 아침 시간에 다른 일은 할 수 없었다. 책은 지하철에서 집중해서 읽고 낮에 짬짬이 스케치도 해야 하고 점점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들었다.


올 초부터는 새로운 패턴이 생겼다. 근무 기관이 바뀌고 업무가 달라지면서 늦게까지 사무실에 있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새벽 기상이 어려워졌다. 아침에 눈 뜨기가 정말 힘들어서 겨우겨우 출근 시간에 맞추어서 일어나게 되었다. 모닝 페이지는 꼭 써야 하기에 난 머리를 썼다. 1월 10일부터 시작하는 100일 글쓰기를 나의 모닝 페이지로 대신하기로 했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내릴 때가 되면 책을 넣고 핸드폰을 꺼냈다. 날짜를 쓰고 생각나는 대로 핸드폰에 입력했다. 높다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손은 바쁘게 자판을 두드렸다. 100일 글쓰기 초반에는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했다. 낯선 업무과 과중한 부담을 글로 풀었다. 글로 쓰고 나면 기분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1월, 2월, 3월이 지나 4월이다.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쓴 100일 글쓰기 중 책 이야기는 블로그와 인스타에도 저장되었고, 일상 글은 브런치에 저장했다.


잘 자고 잘 일어나는 패턴대로 나머지 시간을 조정하면 내 삶은 균형을 찾게 된다. 잘 잘 수 있는 시간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난 9시 반에서 10시 사이에 자고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 딱 좋은 나의 수면 패턴이다. 주중이든 주말이든 이 패턴만 잘 유지하면 맑고 개운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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