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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pr 09. 2022

꽃을 보다가 찾아낸 시간

느낌 있는 일상


계절이 바뀌는 걸 알아채지 못하다가 변화가 눈에 보일 때 비로소 달라졌음을 깨닫는다. 꽃들이 이구동성으로 '나 여기 있어요!' 하며 손을 흔든다.


오늘은 토요일 아침 일찍 온라인 북클럽 모임을 마치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베란다에서 창 밖을 내다보던 신랑이


"와, 벚꽃이 활짝 피었다!" 라며 감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 그래? 이제 봄이구나." 나도 대답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사방에 벚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우리 집 앞 화단에는 키가 3층 높이까지 자란 자목련이 있다.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 붓끝처럼 생긴 꽃봉오리가 올라오면 아, 여기 목련꽃나무가 있었구나 깨닫게 된다. 화단 우측에는 동백꽃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활짝 피어나고 그 옆에 목련꽃도 수줍게 웃고 있다.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가며 꽃구경에 눈이 즐겁다.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로 가는데 근처 공원에도 벚꽃이 만발하다.


작년에 내가 근무하던 학교 뒤편에는 아주 큰 벚꽃나무가 있었다. 학교 역사가 50년이 넘었으니 아마 그 벚나무도 그 이상 나이를 먹었을 거다. 어느 날 꽃이 만개했을 때 난 줄기에 핀 꽃을 사진으로 찍어 스케치북에 그렸다. 흰 도화지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러고 나서 색연필로 연분홍 진분홍 꽃잎을 색칠했다. 꽃받침도 연둣빛 갈색빛으로 색칠하고 나무 기둥도 회색과 갈색으로 칠했다. 그다음에는 마카펜으로 그림자 지는 곳을 진하게 칠했다.


2021.4.6.작품 ㅋ


그림이 완성되면 스케치북을 창가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블로그에도 올리고 함께 그림 그리는 단톡방에도 올렸다. 점심시간에 짬짬이 쓱쓱 그리고 칠하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난 뭔가를 계속했다. 블로그에 지은 부제 "읽고 쓰고 그리는 여자"답게 난 책 읽고 글 쓰고 그림을 그렸다.


헌데 요즘 못하는 일은 그리기다. 일정 시간 앉아서 집중을 해야 하는데 올 들어 그런 시간을 만들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아, 마카펜이 마르기 전에 스케치북을 다시 꺼내야겠다. 무심코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아야겠다. 단 10분만이라도 집중해서 스케치를 해야겠다. 거기다 5분만 더해서 색칠을 해야겠다.


그림을 그릴 때는 시간이 멈추었다. 무아지경이 되었다. 꽃을 보다가 잊어버렸던 소중한 시간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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