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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May 08. 2022

팬심이란 이런 것

느낌 있는 일상


오늘 어버이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선물과 카드와 케이크와 꽃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행선지는 월드컵경기장 물레방아 앞이다. 내비게이션을 검색했더니 카페 W 근처이고 마포 농수산물시장 후문 입구다. 난 고민했다. 초행길인데 어디에 주차해야 할까? 일단 W카페로 찍고 출발했다. 도착 예정시간 9시 9분 여유롭다. 차는 성산대교를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려니 바로 주차장은 없다. 농수산물시장으로 들어갔다. 앗 주차비가 만만치 않다. 다시 차를 돌려 평화의 광장으로 찍고 갔더니 주차장이 너무 넓다. 걸어가려니 불안하다. 집결지는 농수산물시장 후문 앞 물레방아다. 다시 차를 돌려 농수산물시장  후문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비는 내면 되니까 불안한 것보단 낫다. 시계를 보니 9시 38분이다. 슬슬 걸어갔다. 이미 스텝들은 와 있었다.


피크닉 초대장을 보여주고 이름 확인 후 에코백과 이름표와 경품권을 받았다. 에코백 안에는 방석과 견과류 한 봉지와 물티슈가 들어 있었다. 이름표는 목에 걸고 호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그리 춥지는 않았다. 10시가 좀 넘으니 오픈 채팅방이 열리고 모두 이어폰을 꼈다. 작가님이 계신 곳으로 이동하자는 스텝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채팅방 오디오로 작가님 목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잘 들리시나요? 김영하북클럽 시작할 때마다 들었던 멘트다. 서로 인사하세요. 그 말도 똑같다. 어색하시죠? 인사하면 좀 편해집니다. 하늘도 보시고 나무도 보세요. 살기 좋은 곳은 직장이 가깝고 공원이 근처에 있는 곳이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합니다.


작가님은 오디오 클립처럼 이야기를 계속했고 우린 계속 걸었다. 한 15분 지났을까 이제 곧 작가님이 계신 곳에 다 왔다고 한다. 저 멀리 작가님이 작은 깃발을 들고 손짓을 한다. 어서 오세요. 저는 숲 속의 요정입니다. 큭큭큭. 작가님도 웃으시고 우리도 웃었다.


커다란 나무 그늘에 옹기종기 앉았다. 70명이 넘는 인원인데 워낙 주변이 넓어서일까 우린 작아 보였다. 작가님은 공원에서 야외에서 팬미팅을 해서 너무 좋다며 잘한 일이라고 했다. 신작 소설 첫 예매 시작한 4월 18일 오전 10시부터 30분 안에 클릭에 성공한 700명이 이번 봄날의 피크닉 초대 손님이라고 했다. 난 그 시간에 업무 보느라 깜박했지만 인친의 도움으로 티켓을 공수받아 오늘 참석하게 되었다.


작가님의 유쾌하고 구수한 입담은 어디서 들어도 즐겁다. 작별인사 책 낭독을 하시고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팬들의 질문에 답변해 주셨다. 이제 경품 추첨시간이라며 작가님은 일어나신다. 나도 얼른 일어나서 준비해 간 선물을 드렸다. 작가님 캐릭터가 그려진 봄날의 피크닉 기념 케이크이다. 작가님은 감사하다며 선물을 들고 옆에 초등생이 준 클로버 꽃다발도 받아 들고 발걸음을 돌리셨다. 난 작가님이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 손에 들린 분홍색 케이크 상자도 잘 따라갔다.


행사는 끝났고 난 W카페로 갔다. 오늘 작가님을 만나고 온 들뜬 기분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나왔다. 농수산물시장에 들어가서 토마토랑 딸기를 사서 집으로 왔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무조건 쓰기만 하지 말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분석해가며 읽어보라고 작가님은 조언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비슷하게 써보고 수정해 보란다. 생각해보니 일단 쓰는 게 제일이라며 무조건 쓰기만 하는 나를 돌아보았다. 오늘 작가님과의 시간은 많이 쓰는 것보다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을 하라고 하는 작가님의 말씀에 따라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원고를 일단 넘기면 어떻게 팬들을 만날지 고민하신다는 작가님의 아이디어는 공원에서 낭독회를 하고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으로 실현되었다. 너무나 시의적절하고 고마운 이벤트였다. 뭔가를 하고 싶으면 적어도 10년은 두고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왔다는 작가님은 요리도 잘하고 글도 잘 쓰시는 멋진 작가님이 되셨다.


앞으로 무얼 하고 싶으세요? 작가요.


작가님의 너무나 당연한 답변에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또 어떤 책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주실지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게 해 주신 김영하 작가님께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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