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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May 05. 2022

불편한 편의점을 읽다

지하철에서 읽는 책


 작년 봄 출간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40쇄를 찍었다고 한다. 40만 부 기념 벚꽃 에디션이 나왔길래 알라딘에 주문했다. 책 표지 그림은 아담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과 마당에 커다랗게 자란 벚꽃이 활짝 피어 떨어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떨어지는 벚꽃잎마다 반짝이는 분홍색 큐빅을 붙였다. 책 표지를 넘기니 저자 김호연의 친필 사인이 들어 있다.


어떤 책이길래 인기가 많은 걸까? 서울 청파동 동네 안쪽에 있는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감동을 준다. 오후부터 밤 10시까지 아르바이트하는 공시생. 가출한 남편 대신 생활 전선에 뛰어든 주부. 밤새 아침까지 일해서 집안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전직 교장 선생님인 편의점 사장은 매출에는 관심 없고 직원들 월급 주면 그만이다. 어느 날 서울역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사장님은 지갑을 주워서 보관해 준 노숙자를 만나게 된다.


지갑을 주워 준 노숙자는 배고프다고 하는데 사장님은 따라오라며 청파동 편의점까지 데려온다. 도시락 마음껏 먹으라는 말에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술을 끊고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술 대신 마시는 음료가 옥수수 차다. 양주와 비슷한 색인 데다 얼음 넣고 마시면 술 생각이 안 난다고 한다. 노숙자 독고 씨는 야간에 일하면서 밤에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손님이 있으면 온풍기를 내어 준다. 상품을 골라 계산대에 올리면 저것이 더 싸다며 1+1 상품을 골라준다. 그는 어쩌다가 노숙자가 되었을까?


독고 씨의 직업은 성형외과 의사였다. 취업을 앞둔 젊은 여성이 지금껏 모은 돈을 투자하여 성형하러 왔다. 독고 씨는 수술을 자격 없는 이에게 맡기고 새로운 환자 상담을 하러 간 사이 의료사고가 났고 그녀는 죽었다. 괴로움에 집안에만 있던 그에게서 아내와 아이는 떠났다. 고향에 가려고 서울역에 도착했지만, 기차를 타지 못하고 서울역 노숙자가 되었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는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다. 뒤늦게 노숙자 독고 씨는 생을 마감한 젊은 여성의 묘지에 가서 참배한다.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있기로 했다. 도울 것을 돕고 나눌 것을 나누고 내 몫의 욕심을 가지지 않겠다.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 (266쪽)


누구든지 실수를 할 수 있다. 독고 씨에게 벌어진 실수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너무 컸다. 충격으로 가정은 파탄이 났고 노숙자가 되었다. 돈이 없어서 배가 고파서 지갑을 주워 준 할머니를 따라간다. 인생은 한 끼 도시락인 듯하다. 배고프면 먹으면 되고, 배부르면 쉬면 된다.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건 삶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독고 씨는 주변을 살핀다. 다른 직원을 챙기고, 손님을 챙긴다. 사장님의 심중을 헤아릴 줄 알고 아들에게 엄마가 힘들어하신다고 알려준다. 그제야 아들은 번쩍 정신이 든다. 엄마는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주지 않는다.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마음을 헤아려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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