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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Jun 19. 2022

다음 메인에 뜨다.

25년 차 직장인


아침에 일어나니 핸드폰 알람에 브런치 조회수가 10000회를 돌파했다고 나온다.


내가? 내 글이? 구독자 30명도 되지 않는 내 브런치 글을 누가 조회했다는 거지?


그냥 무심하게 있었는데 인스타 친구분이 디엠을 보내왔다. 내 글이 다음 메인에 떴다는 거다. 그래요? 난 놀라서 다음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홈&쿠킹이라는 코너에 내 글이 진짜로 링크되어 있었다.


<뱅갈 고무나무에 싹이 나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수요일에 쓴 글이다. 사무실 화분에 뱅갈 고무나무가 있는데 말랐던 나무줄기 옆구리에서 새 싹이 났길래 신기해서 쓴 글이었다.


어떤 글이 메인에 뜨는지 사실 궁금한 적이 있었다. 글동무가 가끔 메인에 떴다며 알려준 제목을 보면 뭔가 혹하거나 쿵하는 마음이 생기는 글이었다.


하지만 내 글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시들어가는 화분에 물을 주었고 어느 날 새 순이 돋아나서 신기했고 나무의 침묵이 나무의 루틴이 대단하다는 글이었다. 뭔가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나무에게서 고마움을 느낀다는 글이다.


잔잔한 감동이 있긴 하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살아내려는 나무의 힘을 느꼈다. 새순이 난 나무를 보며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들었다. 그간 게을렀던 나의 루틴을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다.


작년에 우리 사무실로 입주했을 때는 이파리도 무성했을 것이다. 처음이니 관심도 받았을 것이고 누군가 물도 주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점차 존재를 잊어버렸을 것이고 나무에 물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해가 바뀌고 주변 환경도 달라졌지만 나무는 화분 속에서 묵묵히 쳐다보기만 했을 것이다. 목마르다고 말도 못 하고 말라가는 이파리를 하나 둘 떨구며 버텼을 것이다.


마지막 잎새를 남겼을 때 내게 미션이 주어졌다. 나무를 잘 살리라는 과장님의 말씀이 아쉬웠다. 화분 주인이 없었다는 걸 진작 알았다면 그냥 두지 않았을 텐데.


무심했던 나를 반성하며 이제라도 싹을 내어준 나무에게 감사한다. 금요일에 보니 싹이 조금 더 자랐길래 나무를 쓰다듬고 싶은 마음에 물을 더 주었다.


이제 아침에 출근하면 뱅갈 고무나무 화분을 먼저 확인한다. 얼마나 자랐는지 자세히 살핀다. 물을 준다. 나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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