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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Jul 27. 2022

내 인생의 물고기는 무엇일까?

지하철에서 읽는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곰 출판)


난 출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소설이나 문학 에세이는 잘 읽혔는데 이 책은 그렇게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이런 책은 어느 날 북캉스를 하면서 하루 종일 집중해서 읽어야 할 책이다. 몇 장 읽다가 사무실에 들어가면 업무에 집중하느라 책 내용이 더 생각나지 않는다.


 


물고기는 왜 존재하지 않을까?


 


1890년대 데이비스 스타 조던이란 분류학자가 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고기를 수집해서 이름을 붙여준 남자다. 어느 날 지진이 일어나 물고기가 담겼던 병들이 흔들려 떨어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물고기를 담은 유리병들이 모두 깨지고 물고기가 사방에 흩어지고 그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지경에 있었을 때 데이비드는 물고기에 바늘로 이름을 꿰맨다. 그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 수많은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이름을 새긴다. 그는 물고기에 푹 빠졌다. 세월이 흘러 그는 병으로 죽고 물고기, 어류라는 분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내 인생의 물고기는 무엇일까?


 


난 날마다 책을 읽는다. 책 속의 명문장을 수집하기 위해 읽는다.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유레카라고 손뼉 치며 포스트잇을 붙인다. 아침마다 난 책을 가방에 넣고 출근한다. 어떤 날에는 한 페이지도 읽지 못하고 집에 가지만, 가방 안에 책이 있어 든든하다. 슈퍼에 갈 때도 미용실에 갈 때도 운동하러 갈 때도 난 책을 꼭 챙겨간다.


요즘 내가 들고 다니는 가방은 ‘여성 리더 김미경 작가’가 보내준 공부 가방이다. 책과 노트 그리고 도시락을 넣어 다니라고 가방 안쪽에 보온 보냉이 잘 되는 재질을 사용했다. 겉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비닐이지만, 여성들이 나이 들어 자식들 키우고 나를 돌아보니 텅 빈 가슴에 흰머리만 남았을 때, 다시 스무 살 청춘 시절에 가졌던 꿈을 찾으라는 뜻으로 만들어준 의미가 큰 가방이다. 색깔도 내가 좋아하는 그린이라 더 맘에 든다.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137쪽)


 


조던은 인생의 고비가 있을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그가 멋진 인생을 살았다는 건 아니다. 물고기를 잡을 때 스스로 하지 않았고, 흑인이나 혼혈인 등 현지인을 시켰다. 우생학을 지지하였으며, 아내가 죽었을 때도 덤덤하게 꽃을 준비했다. 난 덜렁대고, 감정적이며 즉흥적인 편인데, 조던의 삶은 일관성 있고 흔들리지 않았다.


 


완벽한 ( 인생 ) 은 존재하지 않는다.


솔직함을 무기로 쓴 이 책은 과학 분야 에세이 중 납량특집이다.


이번 여름휴가철에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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