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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ug 01. 2022

엄마가 그리울 땐

지하철에서 읽는 책

"엄마가 그리울 땐 엄마 사진 꺼내놓고 엄마 얼굴 보고 나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사랑하는 내 어머니

보고도 싶고요 울고도 싶어요

그리운 내 어머니"


주말마다 방송에 나왔던 군부대 위문공연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가 있었다. 한 병사가 올라와서 엄마가 보고 싶다고 외치면 커튼 뒤에서 실제로 엄마가  등장한다.


엄마가 살아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보고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언제든 전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음식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나는 딸이 있다. 엄마와 함께 장을 보던 마트에서 엄마가 생각나서 우는 딸이 있다. 아픈 엄마를 간호하고 먹을 것을 챙겨주고 병원에서 집에서 쪽잠을 자고 엄마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싶어 했던 딸이 있다.


엄마가 통증 대신 딸의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꽃장식을 고민하게 해주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준 딸이 있다. 딸은 결혼해서 남편을 얻었고 엄마는 사위를 얻었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아빠와 딸과 사위는 엄마 옆에 누웠다가 다들 나가고 딸은 엄마에게 예쁜 옷을 입혀준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 딸은 마트에 가서 작은 항아리를 사고 배추와 양념을 사서 김치를 담근다. 잘 익은 김치를 먹으며 비로소 마음을 치유한다.


엄마가 병을 얻기 전에 다니던 미술학원에서 그린 스케치북을 꺼내서 한 장 한 장 넘길 때 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새 앨범을 제작할 때 엄마의 스케치를 표지 그림에 넣어서일까? 딸의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 잘 살아가는 딸의 모습이 참 고맙다.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남편과 이모들이 더 고맙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주말 아침 묵독 시간. 첫 문장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면 살아생전 부지런하게 꿋꿋하게 사셨던 당찬 여장부 모습이 생각난다. 지금도 난 엄마가 자랑스럽고 더 오래 사시지 못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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