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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ug 11. 2022

별일 없이

25년 차 직장인

 

오늘 오후 2시 인사발령이 떴다. 9.1. 자 교원 전문직 인사다. 500여 명이 발령 났으니 안 그래도 더운 여름에 땀이 난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과장님도 발령 나셨다. 어디를 원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지난주 일주일 동안 휴가를 다녀오셨는데 내일과 모레 또 내셨다.


인사발령이 난 모든 학교와 기관에서는 업무 정리하고 회계 마감을 해서 인계인수서를 작성해야 한다. 당사자들은 짐 정리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이사도 하는 경우가 있다.


부하직원들은 새로 오시는 관리자들이 어떤 분이신지 파악하느라 바쁘다. 영전해서 오는 분들은 기분이 좋기 때문에 대하기가 수월하지만 원치 않았던 발령이 난 분이 오시면 까탈스러울 수 있어 조심스럽다.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게 많으니 늘 구관이 명관이다.


퇴근 무렵 과장님께 시간 되시면 대포 한잔 어떠신지 여쭈었더니 선약이 있으시다고 하신다. 그러시겠지. 발령이 나면 당사자가 가장 심난한 법이니까.


사무실을 정리하고 퇴근길에 과장님께 문자를 드렸다.


과장님!

과장님을 모신 지

이제 겨우 8개월 지났는데

너무 서운합니다.


더 잘 모시지 못해

아쉬움과 후회만

가득합니다.


과장님 답장은 강아지 하트였다.


과장님이 늘 강조하셨던 사자성어는 <별일 없이>였다.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한 달을 보내고 1년을 보내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1년 반을 보내시고 가신다. 민원 많고 힘들었던 시기를 모두 겪으시고 나가시니 드릴 말씀은 <진정 고생 많으셨습니다> 뿐이다.


어디를 가시던지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 기원하며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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