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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Oct 01. 2022

명퇴라니!

25년 차 직장인


주말 아침 네이버 뉴스를 보니 교육부 인사발령이 났다. 갑자기 터지는 인사발령은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놀라움과 긴장감을 준다.


승진자 연수를 받았던 5년 전 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처음 뵌 원장님이 교육부 인사발령자 명단에 있는데 보직이 없다. 원장님 시절에 새벽마다 기체조를 알려주시고 참여자에게는 커피나 사과를 주셨다. 맨발 산책로를 만들어 함께 걷기를 하고 우리 분임과 노래대결을 해서 모은 돈으로 화단에 나무를 사서 심으셨다.


연수를 마친 이듬해에는 심화연수를 기획해서 우릴 다시 부르셨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보고 원장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유별났던 우리 분임은 이후에도 부산과 서울에서 만나 원장님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작년 가을에 난 에세이를 출간해서 원장님께 보내드렸더니 기특하다면서 서울로 초대하셨고 주말 아침 모닝커피를 마시며 원장님의 서평을 육성으로 들었다. 표지 디자인이나 책 표지에 쓴 부제까지 의견을 주시고 내용에 대해 아쉬운 점까지 조언해주셨다.


난 과분한 코칭에 감사드리며 다음에 책 쓸 때 참고하겠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쓰겠노라 의지를 피력했다.


집은 서울인데 지방으로만 다니니 말년에는 서울에서 보내고 싶어 하셨는데 왜 보직이 없을까? 난 원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돌아온 답장은 명퇴!


명퇴라니?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하셨을까? 최근에 국립대 사무국장들을 모두 대기발령 낸 사건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갈 곳을 잃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선배의 도리라 생각하셨단다. 아 역시 멋진 원장님!


주변 정리를 하고 두 달 뒤에 대구에 있는 대안학교로 자리를 잡는다며 인천 가면 밥 사줄 거냐고 물으신다. 그럼요, 그럼요. 다 사드립니다. 꼭 오세요. 난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오랜 직장생활에 끝이 보일 때는 고민이 많아진다. 정년퇴직을 할 것인지, 명퇴를 할 것인지 나가서 무얼 할 것인지.


원장님의 신중한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대안학교 교장선생님이 되신다니 새로운 시작을 힘차게 응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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