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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Sep 27. 2022

100일 글쓰기 다시 시작!

25년 차 직장인

100일 글쓰기 43기를 마감하고 44기를 맞이하며


6월 21일부터 9월 28일까지 100일 글쓰기 습관 43기가 마감된다. 그동안 난 단편소설 2편, 독후감 11편, 일상 에세이 17편 등 총 31편을 썼다. 42기에서는 70편을 썼고, 41기에서는 100편을 써서 완주했는데 이번 기수는 실적이 저조하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날씨가 덥기도 했고, 일도 바빴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책을 읽기도 귀찮고 그저 넷플릭스 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새벽 기상은커녕 겨우 일어나 출근했다.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다. 내 방 책상 위에 쌓여있는 책들이 나를 한심하게 바라본다. 버지니아 울프가 내 책상을 보면 그렇게 책만 쌓아두고 먼지 앉히려고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고 따끔하게 질책할 거 같다. 밀린 책들은 대부분 읽고 싶어 사놓고 미뤄둔 책, 독서 모임에 가입해서 추천 도서를 사놓고도 안 읽은 책들이다.


 


김영하 북클럽 8월 도서 <자유>도 읽지 못했고 9월 도서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도 겨우 몇 장 넘겼다. 온 텍트 북클럽 9월 도서 <위대한 멈춤>은 아예 뚜껑을 열어보는 것조차 멈춰있다. 책을 안 읽었으니 토론 모임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 시간에 대체 무얼 했을까?


 


그래도 잘한 일이 있나 돌이켜보니 10월 초까지 8주간 실시하는 비대면으로 바벨 운동을 주 2회 꼭 했다. 매주 만나는 트레이너가 대학원 논문을 쓰기 위해 실험군을 모집했는데 비용도 없고, 바벨도 무료 제공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잘 안되던 신체가 조금씩 유연해졌다. 특히 견갑골 운동이 성공적이다. 등 날개뼈를 접었다 펴는 견갑골 푸시 업은 어깨와 등 운동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10월 둘째 주에는 체력테스트를 한다. 시작 전에도 했는데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하는 거다. 결과가 매우 궁금하다.


또 잘한 일은 9월 초에 신랑이 넘어져서 발목이 부러졌는데 난 칼퇴근해서 간호를 열심히 했다. 꼭 가야 할 공식적인 모임에만 참석하고 나머지 날에는 바로바로 집으로 갔다. 스크린 치러가자고 누가 꼬셔도 안 넘어갔고, 막걸리 한 잔 마시자고 해도 거절했다. 5시 40분이 되면 신랑이 문자를 보낸다. 이제 곧 퇴근 시간임을 알려주는 거다. 신랑은 온종일 집에만 있으니 심심하고 지루하고 발 주물러줄 사람도 필요하다. 내가 퇴근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심부름을 하니 좋은 거다. 딸이 둘이나 있지만, 불편하단다. 어쩌다가 아빠와 있으면 담배 피우지 말라, 야식 먹지 말라, 목발 짚고 다녀라 등 잔소리가 많단다. 그래서 열 효자보다 못된 마누라가 더 낫다고 하나 보다.


 


아무튼 100일 글쓰기 44기에서는 박차를 가해야 한다. 100일도 남지 않은 2022년을 보람차게 마무리해야 하고 1년간 쓴 글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야 한다. 겨우 어떻게든 마감에 쫓겨서 쓴 글들이 나중에 모아서 읽어보면 참 재미있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바쁜 와중에 달력이 어떻게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세월이 흘러가지만, 글이라도 남아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지난 시간을 꺼내 볼 수 있으니 자꾸 쓰게 된다.


 


2022년 가을에 짬 내서 읽고 쓰는 나의 모습을 매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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