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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Oct 05. 2022

노조의 요구사항

25년 차 직장인


지난달 20일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던 조리실무사가 설거지하다가 쓰러졌다. 긴급 후송되어 심근경색 판정으로 수술을 했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서울로 이송되었으나 이틀 만에 사망했다. 몇 년 전에 암수술도 했고 평소 혈압이 있었으나 약은 먹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발생 9일 만에 벌어진 일이라 학교도 노조도 교육청도 충격에 빠졌다. 아무리 지병이 있다한들 조리실 현장이 쾌적했다면 아니 조리실 인력이 더 많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노조는 입을 모았고 오늘 다섯 시에 면담을 할 것이고 대책 마련해오라는 전화를 지난 금요일에 해 왔다. 특히 학생수가 많은 두 학교는 당장 인력이 더 필요하다며 근무자들까지 우르르 몰려왔다.



사태가 이러하니 노조의 강한 어필도 감당할 수 있지만 당장 인력배치는 어렵다고 했다. 노조는 더 흥분하며 즉각 교육감 면담을 요구했다.



1. 현원 배치기준 부족교+특수지 1인 추가 긴급 채용 배치



2. 공공기관 수준으로 배치기준 하향 로드맵 제시



3. 폐 검사 중간 결과 공개 및 대책 매뉴얼 즉각 마련



4. 환기 긴급 개선 대책 마련


- 특히 세척실 고열 급기 황기


- 후드 긴급 개선 조치


- 신설교 설계 위 사항 노사 재검토



5. 낙후시설 ,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긴급 개선 , 대체인력 즉각 마련



다섯 가지 사항에 대해 협의 자리를 마련하고 대표자의 답변을 듣겠다고 한다.



저녁 5시부터 시작된 면담은 밤 10시 반이 되어 끝났다. 노조는 저녁식사까지 시켜 먹으며 조합원들과 한 목소리로 고성을 지르고 잡아먹을 듯이 덤볐지만 자고 일어나 일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모두 해산했다.



죽기 살기로 밥을 해서 먹이면 교육은 다 해결되는 건가. 교육이 살려면 급식이 안정되어야 한다는데. 현장은 전쟁이고 행정은 느릿느릿 뒤따라기 바쁘다.



난 박쥐도 아니요, 여우도 아니다. 혼자 감당할 수도 없다. 그들도 잘 안다. 화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할 뿐이다. 그게 교육청이고 나의 역할이다. 난 기꺼이 총알받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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