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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24. 2022

어떤 모임

25년 차 직장인



가을이 깊어진다. 이 말이 딱 생각나는 아침이다. 조금은 스산한 날씨에 낙엽은 빛바랜 잿빛 고동색으로 물들고 서서히 잎을 떨구고 있다. 이러다가 서리라도 내리면 그 빛마저 빠져나갈 것이다.


이번 주도 벌써 목요일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같이 근무했던 직원을 만났다.

6개월 휴직했다가 이번에 복직하는 직원은 휴직하는 동안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빚 갚아야 한다며 조기복직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학교로 발령받은 직원은 건물이 오래된 학교라 유지비도 많이 들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빴으며 코로나에 걸렸어도 재택근무를 했다고 한다. 유일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막내는 정든 직원들이 다 떠나서 서운하다며 그래도 꿋꿋하게 출퇴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모두가 힘든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다니 대견하다. 같이 근무하다가 헤어졌어도 마음에 맞는 직원들이 뭉쳐 서로 안부를 묻고 술과 안주를 함께 하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가 없다.


함께 근무할 때 희로애락이 생각나서 할 말도 많았고 뒷 이야기를 듣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사도 많았고 사고도 있었지만 당일치기로 무의도에 가서 바닷가 산책도 했고 물회도 맛나게 먹었다. 점심시간에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 울타리 옆에 붙어있는 학교 너머 호박 넝쿨이 매달렸고 가을에는 노랗게 익은 호박 사진을 찍었다.


11월에 핀 봉숭아 꽃을 구경하며 서리 맞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단풍잎들이 떨어지고 바람에 뒹굴면 사각사각 밟으며 지나갔다. 출근길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찍었고 퇴근길에는 저 멀리 석양 노을을 바라보았다. 추운 겨울에 눈이 내리면 다 함께 나가서 서까래로 눈을 치웠다. 그러다가 하나 둘 발령이 났다.


사람은 떠나도 추억은 남는다. 좋은 기억을 찾아 다시 만나는 모임은 그래서 더 의미 있다. 건강하게 보내다가 어느 날 반갑게 만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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