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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25. 2022

금요일 단상

25년 차 직장인

날짜는 빨리도 간다.


한 달 전에 우연히 저녁식사 자리에 나갔다가 모임으로 엮인 사람들이 한 달 뒤에 보자고 약속한 그날이 다가왔다.


<이 대표와 쫄개들>이라고 타이틀을 만들었는데 당사자인 이 대표님이 엄청 좋아하셨다. 누구든지 본인 이름을 언급하면 관심이 높아지고 이름이 틀리면 발끈한다. 이름은 소중하다.


그날 이후 이 대표는 아침마다 카톡으로 안부 메시지를 보냈다. 계절 사진이 들어간 짧은 메시지, 오늘도 행복하세요, 날마다 건강하세요 등등 별것 아닌 메시지에 일관되게 난 감사합니다 이모티콘으로 응답했다.


모이는 멤버가 오늘 한 명 더 늘었는데 내 동기의 같은 직렬 선배다. 알고 보니 내 동기와 승진 서열이 비슷해서 다음 인사 때 라이벌이라고 한다. 앗 그러면 잘못 초대한 건가? 걱정이 된 대선배님이 아침에 문자를 보내왔다. 두 사람 같이 만나도 괜찮을까? 단톡방에 연락을 한 나는 순간 실수했나 깜짝 놀라 대선배님께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은 노파심에 연락했다며 당사자인 내 동기가 괜찮다면 다행이라고 하셨다.


누가 말했다. 이 바닥에서 6급까지는 순서가 있지만 5급부터는 능력껏 승진하는 거라고 마치 마라톤 시작점에 모여있는 군중들과 같다고 했다. 사무관만 되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고 했던 말은 이제 기억 저편으로 스러져간다. 다시 레이싱이 시작되었다.


승진, 그게 뭐라고 또 이렇게 신경을 써야 하나? 어제 행사가 있어 옆 기관 시설을 빌렸다. 간 김에 대표님께 인사드리러 갔더니 열심히 공부를 하고 계신다. 이제 한 달 뒤에는 공로연수 들어가실 텐데 무슨 공부를 그리 하시냐고 난 물었다. 대표님은  이제 남은 추경심사와 내년도 본예산 심사 준비를 하는데 시의회에서 답변 못하면 명색이 기관장인데 너무 창피하다며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신다. 나한테도 비법을 알려주시겠다며 족집게 자료를 보여주신다.


기관 연혁부터 직원 현황에 예산, 각종 교육프로그램 등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자료 작성을 스스로 하셨다고 한다. 팀장인 나도 이렇게까지 정리하지 않는데 기관장이 직접 만들다니 진짜 놀라웠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데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며 파일을 보내줄 테니 나도 따라 하라고 하신다.


남들 보기에도 나 스스로도 기관장은 적당히 결재나 하고 시간 되면 퇴근하는 줄 알았다. 사무실에 남으면 직원들이 부담될까 봐 퇴근 후 댁에 가셔서 자료 작성하고 공부를 하신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공짜 성공도 없다. 땀 흘린 만큼 그 보상이 주어진다는 공식이 맞는 말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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