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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Nov 29. 2022

소다현의 극장에서 (조해진 작가님)

지하철에서 읽는 책


조해진 작가님 안녕하세요?

그간 무고하셨는지요?


지난봄에 인천 모 책방에서 주관한 자작 단편소설 낭독회에서 작가님을 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시간이 늦어 지하철 막차를 타고 서울로 가시는 작가님을 배웅하고 저는 집으로 왔습니다. 모름지기 책이란 함께 읽을 때 그 진가와 감동이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모임을 통해 좋은 책을 읽고 있는데요, 그중 한 책이 <캐스팅>입니다. 돌베개 출판사에서 소설집도 출간하여 이색적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영화를 주제로 7명의 작가님이 쓴 단편집인데요, 작가님 명단에 조해진 작가님이 있어 너무 반가웠습니다.


 


<소다현의 극장에서>


 


제약회사 연구원. 그녀는 남모르게 영화 dvd를 모아서 집에서 혼자 감상하는 취미가 있었다. 어느 날 윗집에서 불이 났고 그 불똥이 소다현의 집 커튼에 옮겨 붙어 할부로 산 텔레비전과 10년 넘게 모은 dvd가 모두 타버렸다. 그날 이후 소다현은 봉사활동을 다니게 되었고 거기서 만난 아이를 입양한다.


“사실 나는 너를 완벽하게 키울 자신은 없어... 나도 더 자라야 하는 사람이거든.”(182쪽)


대신 8년 뒤에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그때부턴 친구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소다현. 아이가 대학에 들어간 뒤에 엄마는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에 집을 사서 건물 1층에 동네 사람들이 마실도 오고 영화도 보는 공간을 마련한다. 엄마가 영화를 좋아했는지 몰랐던 아이는 엄마가 암으로 산속 요양원에 들어간 뒤 동네 사람들을 위해 대신 영화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하는 말을 듣는다.



 대학생이 되면 엄마와 친구가 되어 주기로 한 아이는 소다현의 집에 가서 엄마가 만든 공간을 둘러본다. 영화를 보면서 와인도 마시고 차도 마시는 공간에 사람들을 들인다.



조해진 작가님!


이 소설은 잔잔한 첼로 선율을 들으며 읽으면 감동이 두 배가 될 거 같아요. 엄마와 딸이 함께 듣는 음악에 엄마가 요양원에서 배드민턴을 치면서 웃는 장면이 클로즈업되고 딸과 동네 사람들이 엄마의 공간에서 영화 감상하는 장면이 겹치면서 첼로 연주는 계속 이어져요. 작가님 차라리 이 단편을 영화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엄마의 젊었던 시절을 더 넣고요, 영화 dvd를 구하러 다니는 모습도 촬영하고요, 집에서 혼자 불도 켜지 않고 영화 감상하는 모습을 넣으면 관객들도 함께 영화를 보며 감상에 젖어요.


극장이 하나둘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하신 조해진 작가님 말씀대로 우리 주변에는 조용히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요. 그 사라짐 속에서 꼭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바로 사랑이겠죠.

늘 건강하세요~


애독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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