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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Dec 09. 2022

아무튼 드럼

지하철에서 읽는 책



어제 수요일 저녁에 서울로 향했다. 5년 전 글쓰기 동무로 만난 4인방이 <에방레터>라는 모임을 만들어 일 년에 적어도 두 번 이상 동대문 근처에서 만나는데 몇 번 연기하다가 어렵게 자리가 마련되었다. 조금 일찍 출발한 나는 유명하다는 태극당 제과점으로 들어갔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태극당 안에는 다양한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집에 있는 딸들이 생각나서 시그니처 메뉴인 카스텔라 빵과 옥수수빵, 단팥빵을 사고 일행들을 위해 버터 빵을 인원만큼 샀다. 옆에는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코너가 있어서 쌍화차를 주문하여 구석진 자리에 앉았더니 벽면에 옛날식 스위치 커버가 보였다. 어릴 적 우리 집에도 이런 커버가 있었는데, 와 진짜 오래된 건물이구나 감탄했다.


 


테이블에 앉아 쌍화차 한 모금 마시며 <아무튼, 드럼> 책을 펼쳤다. 나도 2주 전부터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기에 글자 한 자 한 자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장을 넘겼다. 책을 쓴 저자는 서점에서 일하는 서점 인이다. 보통 운동하면 운동선수, 카페에서 일하면 카페 직원이라고 표현하는데 이상하게 서점에서 일하면 ‘서점인’이라고 말한다. 평소 책을 가까이했던 저자는 주변의 추천으로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면 책을 쓰게 되나 보다.


 


저자는 어떻게 드럼을 배우게 되었을까? 책을 좋아하는 지금도 인기 있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동료 의사들이 주말마다 모여 밴드 연주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좋아하는 유영석 배우가 드럼 치는 모습에 반해 저자도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들이 알 수 있게 드럼 스틱을 가방에서 삐져나오게 가지고 다닌다는 저자는 책만 알던 세상에서 책이 아닌 것에 집중하게 되었고 너무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책방에서 판매하는 음악 관련 책이나 음반을 다시 진열하기도 하고 그냥 듣던 음악이 입체적으로 들리게 되었으며 같이 일하는 직원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책에는 드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들어있고, 악기별 특징이 두드러지는 플레이리스트가 들어 있다. 스네어 드럼, 하이햇 심벌, 베이스드럼, 탐탐, 플로어 탐, 라이드 심벌, 크래시 심벌에 의자까지 해야 드럼 세트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이 책으로 배웠다. 의자는 무릎에서 90도 아래로 앉아야 하며, 우측 베이스드럼 옆에는 여분의 드럼 스틱이 있어야 한다.


 


“드럼 스틱은 나무로 만들어진 약 40센티미터가량의 막대기로, 끝에서부터 팁 – 숄더 – 바디 – 버트라고 부른다.”(48쪽)


 


최근에 나도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근데 내가 다니는 곳은 중년 이후의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드럼 스틱 말고는 악기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우선 초보들은 나무로 만든 받침대 앞에 앉아 스틱 잡는 법과 치는 법을 배운다. 나무 받침대에 좌우로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박자 연습한다. 오른쪽 스틱 4번, 왼쪽 스틱 4번, 강사님은 ‘한나 둘셋넷’을 반복한다. 손을 부채 부치듯 자연스럽게 올리라고 한다. ‘딱 딱 딱 딱’ 난 스틱을 어설프게 내리친다.


 


세 번째 방문한 날 강사님은 나를 드럼 세트가 있는 연습실로 안내했다. 드디어 나도 드럼을 치는구나.(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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