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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Dec 12. 2022

아무튼, 드럼 (2)

지하철에서 읽는 책


내가 가는 드럼 연습실은 규모가 크다. 공연하는 홀에는 좌측 무대가 있고 무대 아래 드럼 세트가 4개 있다. 안쪽에 들어가면 칸칸이 드럼 연습실이 좌우로 4실이 있고 그 안쪽에는 개인 연습실이 1실씩 또 있다. 우측에 있는 드럼 연습실에 들어가니 중앙 위 편에는 컴퓨터 화면이 있고 좌우 측에 드럼 세트가 각각 있다. 한쪽에는 선생님이 앉아서 가르치고 다른 쪽에서는 제자가 배운다. 난 우측에 앉았다. 선생님은 기왕 연습하는 거 영상을 찍자고 한다. 삼각대 위에 핸드폰을 올리고 연습 장면을 찍으면서 선생님은 하나하나 가르친다.


 


베이스 북을 치려면 의자에 앉아 오른발 앞꿈치를 세워서 누르라고 한다. 발을 떼지 말고 계속 박자에 맞추어 쿵쿵 소리가 나게 눌러야 한다. 왼발은 캐스터네츠 같이 생긴 하이햇 심벌즈 받침대에 두고 앞쪽을 누른 상태로 시작해야 한다. 오른발은 앞쪽을 누르면서 연주하고 왼발은 뒤꿈치를 누르면서 공연한다. 이 상태에서 오른손은 왼쪽에 있는 하이햇 심벌즈를 1박에 1번씩 4박자에 4번 두드리고 왼손은 좌측에 있는 작은북 스네어 드럼을 2박에 한 번씩 두드린다. 오른발도 1박에 1번씩 4번 두드린다. 왼발도 뒤꿈치를 4번 누른다.


 


4박자는 모든 트로트 음악의 베이스라고 한다. 여기에 기교를 넣으면 끝이다. 기교는 필인(fill-in)이라고 하는데 단조로운 리듬에 화음이나 변화를 주어서 즉흥 변주를 하는 식이다. 기본 4박자에 필인을 넣으면 모든 트로트 가요를 연주할 수 있다니 기가 막힌다. 연습실에서 선생님을 따라 박자 맞추랴 손발 맞추랴 버벅거리며 두드렸다. 나름 박자 감각이 있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그냥 노래방에서 노래 부를 때랑은 완전 딴판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시간에 여유를 두고 넉넉하게 연습했다. 내게 드럼을 권했던 지인도 만났는데 드럼은 기초가 80%, 드럼 세트가 20%를 차지한다면서 기초를 잘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을 쓸 때 손목 아래로는 움직이지 않게 하고 가볍게 부채질하듯이 드럼 스틱을 통통 튀게 쳐야 하고 팔과 어깨가 흔들리면 힘들어서 못 친다고 야단한다. 드럼 스틱을 잘 잡는 연습을 하고 나서 드럼 세트에 앉았다. 의자는 <아무튼, 드럼>에서 말한 대로 무릎 아래 90도보다 낮게 앉았다. 드럼 세트에 의자도 포함된다는 걸 난 이미 책으로 배웠다, 으하하.




선생님은 녹화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자꾸 보면서 실수를 줄이라는 뜻이란다. 모르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었다. ‘시작이 반이다, 선생님이 열정으로 가르치시네요, 힘내세요’ 등등 너무 감사한 댓글을 읽으며 웃음과 용기를 장착했다. 눈이 감기도록 연습한 뒤 집으로 가는 길에 어깨도 쑤시고 양쪽 다리도 쑤셨다. 이제 다음에 가면 필인을 배운다, 앗싸.


 


요즘도 출근길 지하철에서 <아무튼, 드럼>을 읽는다. 읽었지만 또 읽고 또 책장을 넘긴다. 드럼 기초 교본이다. 최근 손정승 작가님은 북 토크를 했고 드럼 연주를 선보였다고 한다. 유명한 이슬아 작가님도 오셨던데 대박 부러웠다. 서울이라 가진 못했지만, 인스타 피드로 아쉬움을 달랜다. 영상 속에서 작가님은 드럼 스틱으로 탐탐 테두리를 두드리며 신나게 연주했다. 보기만 해도 즐거운 표정과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좋아하는 악기로 연주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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