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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추리우먼 Apr 17. 2023

누군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지음

지하철에서 읽는 책


새로 읽고 있는 책 <오늘부터 클래식>은 구성이 새롭다. 클래식 음악 이야기도 아니고, 유명한 연주자 이야기도 아니다. 공연장 음향에 대하여, 연주자의 무대공포증에 대하여, 관객의 매너에 대한 저자의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 김호정은 독특한 이력을 가진 기자다. 예중, 예고를 나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언론학을 공부한 음악 전문 기자.


 


어릴 적 초등학교 앞에 있던 피아노학원에서 반주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하교 후 문구점에 몰려가서 군것질하고 학원으로 가는 시간이 된다. 온종일 교실과 운동장에서 노느라 꼬질꼬질해진 아이들이 신발을 벗어던지고 저마다 피아노 의자에 앉아 연주를 시작한다. 난 학원 창밖에서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간다.


 


나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으나 엄마가 허락해주지 않을 거 같아 포기했다. 나중에 중학생이 되어 그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는 왜 그때 말하지 않았느냐고 한다. 아쉽지만 그때는 그게 내가 효도하는 법이라 생각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논밭에서 일하는 부모님께 돈 이야기를 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어린 마음에도 피아노는 공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취미활동이라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은 흘러 직장인이 되었을 때 내가 맨 처음 만든 적금통장은 피아노 사기였다. 3년 뒤에 피아노를 사겠노라 다짐하고 만든 통장이 만기가 되기 전에 난 결혼을 했다. 살림을 하게 되니 내가 만들었던 적금통장은 만기가 되었지만, 피아노 대신 생활비로 쓰였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던 나의 꿈은 생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우리 아이들이 방과 후에 피아노학원 다니는 초등생이 되었을 때 난 피아노 대신 플루트를 배웠다. 퇴근하면서 학원 근처 떡볶이집에서 포장한 음식을 가지고 학원에 들어가면 원장님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우르르 모여 간식타임을 했다. 아이들은 피아노를 엄마인 나는 플루트를 배우던 시절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들은 다 자랐고 나도 나이를 먹었다. 지금은 피아노 대신 드럼을 배운다.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시작했는데 노력한 만큼 소리가 좋아져 드럼 시간이 즐겁다. 스틱을 잡고 양손이 고르게 북을 두드릴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왼손이 약해서 더 세게 연습해야 한다. 사무실과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나의 일상에 음악과 함께 하니 삶의 활력소가 된다.


 


내가 몰랐던 클래식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니 클래식에 대해 좀 더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을 거 같다. 재미있는 책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으니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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