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컨추리우먼 Apr 06. 2023

불편한 편의점 2

지하철에서 읽는 책



작년 봄 <불편한 편의점 1> 사서 읽고 주변에도 빌려주었다. 지난달 강의장에서 동기를 만났는데 2편을 읽고 있길래 나도 빌려달라고 해서 읽었다. 작년에 읽었던 책의 따뜻한 여운이 아직도 생생한데 2편은 좀 더 성숙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2편도 인기가 많아 1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하니 대단한 책이다.


 


청파동에 있는 편의점. 유명한 브랜드는 아니어도, 잘 나가는 물건이 없어도 그 지역에 꼭 필요한 곳이다. 저녁 장사를 끝낸 정육식당 사장님이 나 홀로 소맥을 말아먹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곳. 취준생이 없는 돈으로 자갈치 스낵과 참이슬을 살 수 있는 곳. 사업에 망한 편의점 점주가 맘대로 술을 꺼내 마시는 곳. 배우 지망생이 연극에 올릴 편의점 대본을 읽고 경험 삼아 야간 근무를 할 수 있는 곳.


 


1편에서는 서울역 노숙자가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하며 일어나는 일들이 소재로 등장했는데 2편에서도 편의점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돈이 없는 중학생이 엄마 아빠 싸움을 피해 시원한 편의점에 들어와 마냥 책을 읽고, 폐기되는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삼각김밥을 아르바이트생과 경쟁하듯 나누어 먹는 그곳은 천국이다.


 


힘겨웠던 인물들이 삶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는 매력은 무엇일까?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준다. 코로나19 감염으로 공연이 취소되고, 지원금을 받아도 겨우 병원비로 보태면 그만이었다. 사무실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모두 검사를 받았고 감염에 감염이 더 해져도 답이 안 나오는 시간을 견뎠다. 마스크 2장 사려고 긴긴 줄을 섰던 시간도 이젠 지난 기억으로 사라졌다.


 


치매 초기 진단받은 편의점 사장님은 점주의 엄마다. 심심해서 시작한 일이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막중한 사업장이 되었다. 적자가 나도 접을 수가 없었다. 아들이 잘해주면 좋으련만 코로나19로 하고 싶은 일을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보기도 딱했다.


엄마의 치매 진단으로 아들은 편의점을 내 일처럼, 직원처럼 하면서 매출은 올라가고 2호점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이든 마음먹기에 달렸다. 사람이란 절망하면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희망을 품으면 의욕이 상승한다. 용기를 갖는 건 계기가 필요하다. 잘해보려는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매 끼니 챙겨 먹는 밥처럼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평안한 마음을 되찾는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지금 내가 할 일을 해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지금 내 상황이 어렵다면, 도망가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드린다.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책장을 넘겼고, 그 힘으로 하루를 버텼다. 민원전화가 와도, 노조가 싸움을 걸어와도 묵묵히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건마다 흔들렸던 나의 심장도 지나가는 날짜만큼 단단해지는가 싶다. 내 맘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며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틈새를 찾아가려 노력하는 나 자신이 기특하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왜 쓰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