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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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글쓰기 1일 차다. 작년까지 100일 글쓰기를 한 뒤로 새해부터는 나 혼자 글을 써보겠노라 다짐했다. 노트를 새로 장만해서 모닝 페이지 쓰기를 했는데 한 열흘이 지나자 하루 이틀 빠지게 되고 지금 3월인데 20개 정도 썼다.
어제 오후 글쓰기 단톡방 메시지를 보고 반가웠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에너지를 모은다면 좋은 파동이 이어질 것이다. 난 어떤 글을 쓸 것인가? 나뭇가지에서 움트는 새싹을 자세히 볼 것이다. 사무실 책상 옆 하얀 화분에 벵골고무나무 이파리 새순이 어떻게 올라오는지 관찰할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창문을 열고 호흡을 크게 한 뒤에 먼 하늘을 바라볼 것이다. 커피와 보리차를 동시에 챙겨서 책상 위에 놓고 출근길에 쓰던 글쓰기를 마무리할 것이다. 재미는 없지만, 월급을 받으니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고민과 보람을 찾아볼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남편과 두 딸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것이다.
글이 완성되면 맞춤법 검색에 들어가서 오류 검증을 한 뒤 네이버 글자 수를 헤아린 뒤 카페에 올릴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바쁜 3월에 글쓰기 루틴을 잘 지켜서 나를 돌아보고 지키고 보살피겠노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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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이 지난 오늘 읽어보니 나를 돌아보고 지키고 보살피겠노라는 마지막 멘트를 쓴 내가 참 기특하다. 바로 그거다. 글쓰기란 한 뼘 건너에서 나를 돌아보는 거울이다. 인상도 써보고 웃어도 보고 찡긋해보기도 하면서 내 기분을 알아차리는 거다.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웃고 슬픈 일이 있으면 위로해 준다. 내가 일하는 이유, 책을 읽는 이유,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보면 내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딩동 글감을 전해주는 천사님이 있어 내 글쓰기는 더 풍성해진다. 생각지 못한 주제를 제시해 주는 오도님께 감사하며 좋은 분들을 한 방에 모아주어 더욱 반갑다. 난 날마다 생각의 실타래를 잡으면 줄줄이 글이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거절당한 경험, 누군가 내게 한 거짓말, 조금 웃기는 글, 영혼 산책시키기 등 참신한 글감들이 닫혀있던 뇌를 자극한다. 더욱 반가운 주제는 요즘 읽고 있는 책, 영화, 드라마다.
글을 다 쓰면 카페에도 올리고 브런치, 인스타에도 올린다. 난 요즘 글을 쓰고 저장하기를 누르는 짜릿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너무 재미있어서 분명 다음 달에도 쓰자고 할 거다.
30일 글쓰기 모임 부제, ‘훔친 시간에 쓰는 글’도 어떻게 이런 말을 지어낼 수 있는지 깊은 내공에 존경의 마음을 담는다.